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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원전]'그린포비아'도 커지는데...대선주자들은 대안없이 "脫원전"

<1>현실과 이상 사이...전력수급 공허한 외침

월성 1호기 계속운전 취소 처분, 국가 전력계획 전면재편 불가피

석탄발전 더이상 새로 못짓고 원전 신설 사실상 불투명해져

신재생도 기술한계·주민반발...전력공급 '엇박자' 우려 고조





원자력발전은 국내 공급전력의 30%가량을 공급한다. 하지만 법원이 국내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원전인 월성 1호기에 대해 “계속운전이 적법하지 않게 결정됐다”며 취소 처분하면서 우리나라의 전력수급정책도 전면적으로 새 틀을 짜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문제는 장애요인이 많다는 점이다. 경주 지진 등의 여파로 원전의 신규 건설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정부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해법으로 석탄발전소마저 짓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석탄발전 역시 전력공급 비중이 30%를 넘는다. 더욱이 대안으로 거론되는 신재생에너지마저도 소음과 자연훼손 문제로 지역 주민들이 설치에 반발하는 ‘그린포비아’가 확산돼 있다.

이런 와중에 유력 대권주자들은 아무런 대안을 내놓지 않은 채 ‘원전’ 때리기에만 집중하고 있다. 올해 마련할 전력수급계획이 누더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년 주기로 향후 15년간 국가의 전력계획을 내놓은 ‘8차 전력수급계획’이 연말께 나온다. 오는 2029년까지의 전력계획을 담은 7차 전력수급계획은 지난 2015년 7월에 나왔다. 이에 따라 2년이 되는 올 7월께 8차 계획이 나와야 하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을 감안해 연말은 돼야 전력계획이 수립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밑그림 그리기가 만만치 않다. 특히 올해 나오는 8차 계획은 7차와 차원이 다른 환경에서 수립된다. 무엇보다도 지난해 말 발효된 신기후체제인 파리협정에 제출한 우리나라의 감축목표(2030년 배출전망치 대비 37%)를 지키기 위해 2030년까지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내뿜는 석탄발전의 배출량을 대폭 줄여야 한다. 정부의 미세먼지대책으로 2025년 이후 노후 석탄발전 10기가 폐쇄되고 신규 석탄발전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7차 계획에 따르면 최대 전력수요 때 석탄발전이 전력을 공급하는 비중은 최대 34.4%다.

석탄발전을 줄이면서 전력공급을 원활히 할 수 있는 가장 큰 대안은 원전이다. 다른 대안인 천연가스(LNG)발전은 발전단가(2015년 기준 kwh당 126원)가 유연탄(63원)에 비해 두 배나 비싸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늘어나는 전력수요(연평균 2.1%, 7차 기준)를 채우기 위해 현재 건설 또는 건설 계획이 확정된 원전은 총 10기. 7차 계획에서 정부는 삼척과 영덕 중 한 곳을 신규 원전(2기) 부지로 선정해야 했지만 주민 반대가 극심해 끝내 결정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8차 계획에는 삼척과 영덕 중 한 곳을 원전 부지로 뽑아야 한다. 원전 없는 목표 달성은 쉽지 않다는 얘기다.



하지만 유력 대선주자들 모두 ‘탈(脫)원전’을 외치면서 8차 계획이 시작부터 꼬이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원전 지역을 방문해 “신고리 5·6호기 건설 승인을 취소하고 탈원전 사회로 가겠다”고 말했고 이재명 성남시장은 아예 “원전을 제로(O)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안희정 충남지사도 원전 건설과 노후원전 재검토를 말하고 있어 8차 계획에서 원전 부지 선정과 추가 건설 여부는 사실상 불투명해졌다.

여기에 전날 법원의 월성 1호기 계속운전 취소 결정이 나면서 2029년까지 수명을 다하는 원전 11기가 더 가동될지도 불확실한 상태다. 석탄에 이어 국내 전력의 20~30%를 생산하는 원전정책이 뿌리째 흔들리면서 60%의 전력공급원이 불안해진 셈이다.

유력 대선주자들 모두 원전의 대안으로 신재생발전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가 국토와 기술적인 한계로 이른 시일 내에 원전과 석탄을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한다.

한국에너지공단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태양광발전의 이론적 잠재량은 연간 13만2,362테라와트아워(TWh)다. 그러나 지리적 잠재량은 25% 수준인 3만2,839TWh이고 현 기술 수준에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적 잠재량은 7.6%인 1만123TWh에 불과하다. 여기에 아산만 조력발전과 장흥 육상풍력, 고창 태양광, 함양 태양광, 강원 영월 풍력 등 신재생발전소 건설에 찬성하는 지방자치단체를 찾아보기 힘들다.

주민들이 원전과 마찬가지로 신재생발전도 반대하고 있어서다. 김남일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연구실장은 “환경 문제와 안보·경제적 문제, 위험, 기술적 한계 등을 모두 고려해 최적의 전력 믹스를 만드는 것이 전력수급계획”이라며 “우리나라에 천연가스가 많이 난다면 답이 나오지만 정치권에서 원전과 석탄도 줄이고, 전기요금은 묶어놓고, 모든 것을 다 (보기 좋게) 하려면 솔루션이 나오기 힘들다”고 설명했다./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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