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 호조로 국내 증시의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주가가 연일 고공행진을 벌이면서 두 종목의 증시 지배력도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새해 들어 코스피가 장기 박스권 상단인 2,100포인트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정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지수가 큰 폭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착시 효과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을 합친 금액은 316조6,540억원으로 코스피 시가총액(1,338조4,093억원) 대비 23.6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1년 전 둘의 시가총액 186조7,041억원보다 129조9,499억원 늘어난 것이며 코스피 시총 비중도 8.20% 확대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모두 지난 연초 대비 50% 이상 올랐고 같은 기간 코스피는 1,912.06포인트에서 2,067.57포인트로 8.13% 상승했다. 사실상 지난 1년 동안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상승세가 코스피 상승세를 이끌었다는 얘기다.
새해 들어서도 두 종목은 거침없는 상승세를 타며 지난 5년간 갇혔던 박스피(1,800~2,100포인트) 돌파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면서 삼성전자는 4·4분기에 9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달성했고 SK하이닉스도 1조5,000억원대의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올해도 반도체 메모리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에 힘입어 두 업체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예측한 2017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40조2,615억원,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은 7조3,986억원으로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이들 종목이 최근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지만 실적만 놓고 보면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취임 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주식시장에 뚜렷한 방향성이 없다”며 “이런 장세일수록 반도체처럼 실적이 확실한 업종으로 투자자금이 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스피가 반도체처럼 특정 섹터에 기대어 상승하는 것은 지수 안정성 측면에서 볼 때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스피가 장기 박스권 상단을 돌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요 업종들이 골고루 바닥을 다지며 상승하는 것이 시장 전체적으로 볼 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지수 상승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특정 종목에 의존해 단기간에 오른 측면이 있다”며 “이렇게 되면 코스피의 박스권 돌파도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고 코스피지수를 다시 계산하면 지수 2,000선을 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마저 나온다. 실제 지난달 말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뺀 금액은 1,021조7,553억원으로 1년 전 1,020조7,526억원에 비해 0.1%(1조27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도체 투톱을 제외하면 다른 종목들은 제자리걸음을 했다는 얘기다.
/서민우·박준호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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