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휴대폰 제조장비 등을 만들어 납품하는 톱텍의 로봇제어팀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는 강형기(26)씨는 지난 2013년 지방의 한 대학교(전자공학과)를 중퇴하고 이듬해 한국폴리텍대 홍성캠퍼스 자동화시스템과에 입학했다. 그는 현장실습을 통해 졸업(2016년 2월)하기도 전인 2015년 7월 이미 톱텍에 입사했고 현재도 아주 만족해하며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 강씨는 “양질의 일자리를 빨리 얻기 위해 한국폴리텍대를 선택했다”며 “기업전담제와 스터디그룹 활동이 취업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청년실업률이 9.8%(2016년 기준)를 기록하는 등 사상 최악의 고용한파가 몰아치고 있는데도 폴리텍대는 ‘나 홀로 취업 호황’을 구가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도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의 코스닥 상장 우량 기업인 톱텍 입사에 성공한 이는 비단 강씨뿐만이 아니다. 강씨와 같은 시기·학과를 졸업한 이경찬(24)씨, 임경혁(23)씨, 이제성(24)씨 등도 2015~2016년 톱텍에 입사해 현재 설비제작관리부서와 베트남지사 등에서 근무하고 있다.
폴리텍대의 취업 호황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홍성캠퍼스를 포함해 폴리텍대 내 2년제 학위과정을 운영하는 23개(2016년 24개, 현재 26개) 캠퍼스의 평균 취업률은 2015년 기준 83.2%로 일반대학(64.4%)은 물론 전문대(69.5%)보다도 높다. 취업률뿐만 아니라 취업유지율도 전문대에 앞선다. 폴리텍대가 2015년 3개월 동안 취업 상태를 유지한 비율(1차 취업유지율)은 90.0%로 전문대(88.1%)에 비해 1.9%포인트 높다. 심지어 폴리텍대는 이 1차 취업유지율을 2016년 92.1%로 끌어올렸다. 특히 홍성캠퍼스의 경우 1차 취업유지율 100%를 달성했다.
비결은 무엇일까. 교수와 학생들은 ‘기업전담제’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전담제는 캠퍼스 내 한 학과당 양질의 기업을 20여개만 선정해 집중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기존 산학협력과 가장 차별화되는 것은 ‘우량업체 중심 관리’다. 산학협력을 맺고 있는 업체 수가 늘어날수록 학생들의 취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념을 깨뜨린 것이다. 이 시스템의 도입으로 전체 폴리텍대가 집중 관리하는 기업은 1만3,000개에서 9,000개로 줄었다. 하지만 오히려 취업률과 취업유지율은 더 높아졌다. 취업자의 만족도 역시 더 커졌다.
‘산업체에 대한 기술 이전 활성화’도 기업전담제의 장점이다. 기존 산학협력이 주로 학생들에게 해당 회사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기업전담제는 기술 교육은 물론 산업체에 대한 기술 지원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이 학교 교수들은 수업이 없는 날이면 수시로 전담 기업을 방문해 기술진과 머리를 맞댄다.
김진우 폴리텍대 홍성캠퍼스 자동화시스템 학과장은 “양질의 기업을 중심으로 관리하는 기업전담제의 핵심은 선택과 집중”이라며 “학생들은 전도유망한 기업에 취업할 수 있어서 좋고 기업들은 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맞춤형 인력을 구할 수 있어 득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 “상당수 교수들이 최신 기술동향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기술도 이전하고 있는데 기업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제성씨의 경우 교수가 직접 관리하는 스터디그룹의 덕을 톡톡히 봤다. 스터디그룹은 공모전·경연대회 등에 함께 참여하는 등 목표 기업으로의 취업을 위한 가시적인 성과를 쌓는 데 주력한다. 폴리텍대 스터디그룹은 교수가 직접 관리한다. 이씨는 “1학년 때부터 자동화 장비 설계·제작 분야 엔지니어로의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끼리 모여 각종 공모전에 참여했다”며 “2015년 한국실천공학교육학회 주관 장비·매체 개발 경연대회에서 ‘은상’을 받았는데 이 수상 내역이 취업에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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