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레이스가 다음 주부터 본격화된다. 국내 소형은행에서 시작해 ‘리딩뱅크’까지 도약한 신한금융의 회장 선출은 전 금융권이 주목하는 대형 이벤트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 회장을 선출할 회장후보추천위원회 7명의 이사들이 각자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신한 내부는 물론 전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새롭게 선임되는 신한금융 회장은 최고경영자(CEO) 장기 집권을 선호하는 이 회사의 정서상 적어도 6년 이상 신한금융을 이끌 가능성이 높다. 차기 회장 선출에 있어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의 의중이 가장 중요하기는 하지만 회추위의 뜻이 하나로 모아질 지, 분열이 생길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신한 안팎의 해석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오는 6~7일 실시되는 신한경영포럼 이후 회추위를 본격 가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경영포럼은 신한금융 모든 CEO와 임원, 본부 부서장이 한데 모여 새해 경영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다. 한 회장 연임 당시의 회추위 일정을 되짚어 보면 신한금융 회장을 뽑는 회추위는 2~3주에 걸쳐 총 4번가량 열린다. 2차 회의에서 ‘쇼트 리스트’ 윤곽이 드러나며 4차 회의 최종 면접을 통해 회장이 선출된다. 빠르면 이달 중순 늦어도 이달 말까지 신한금융 회장이 결정된다는 얘기다. 신한금융 내규상 회장 임기 만료 2개월 전까지 새로운 회장이 선출돼야 한다. 한 회장은 3월 말이면 임기가 만료된다.
신한금융 회추위는 이상경(사외이사)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동우 사내이사와 고부인, 박철, 필립 에이브릴, 히라카와 유키(이상 사외이사), 남궁훈 기타 비상무이사 등 7명의 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 가운데 4명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회장으로 선출될 수 있다. 신한금융과 전략적 제휴를 맺은 BNP파리바 몫인 필립 에이브릴 이사가 ‘중립’ 성향을 고수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머지 6명 중 4명이 한 사람을 지지해야 게임이 끝난다. 신한금융 차기 회장 후보로 손꼽히는 인물은 조용병 신한은행장과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이다. 나머지 계열사 CEO들과 신한금융 전직 CEO들도 회장 후보로 거론되지만 ‘현직 프리미엄’이 높은 이들 두 명 가운데 선출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게 신한 내부의 중론이다. 조 행장과 위 사장 모두 외부적인 경영실적 등을 봤을 때 흠잡을 데 없는 이력을 갖추고 있다.
신한금융 내부에 정통한 인사들 사이에서는 회추위 이사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표가 극명하게 엇갈릴 수 있다는 진단과 결국 2~3차례 회의를 통해 표가 한 방향으로 통일될 것이라는 전망이 상존한다. 회추위 내 주요 관계를 보면 한 회장과 남 이사는 서울대 법대 1년 선후배 사이로 지난 6년간 신한을 함께 이끌어온 확실한 우군으로 분류된다. 반면 고 이사는 옛 라응찬(신한금융 전 회장)계와 보다 가까운 인사로 알려져 있다. 박 이사는 신한 사태 당시 라 전 회장을 대신해 회장 대행을 맡았던 류시열 전 신한금융 이사와 한국은행 선후배로 긴밀한 관계가 있다는 점이 변수다. 나머지 이사들 가운데 히라카와 이사도 재일교포지만 ‘교포 2세대’로 라 전 회장보다는 한 회장과 가까운 인사로 분류된다. 이 같은 각자의 이력 등을 고려하면 회추위 내에서 의견이 엇갈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신한 안팎의 관측이다. 조 행장이 한 회장 체제 이후 깜짝 발탁된 은행장이고 위 사장이 라 전 회장 당시부터 중용됐던 인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실제 신한의 창업 주주인 재일교포들 사이에서도 조 행장과 위 사장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오고 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 행장이 현직 은행장으로서 가장 유력하기는 하지만 위 사장의 막판 뒤집기를 결코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 회장에게 남은 숙제는 이 같은 내부의 복잡한 이해관계에도 불구, 후계 승계 과정을 잡음 없이 마무리 짓는 것이다. 신한금융 회장이 바뀔 경우 은행장도 바뀔 가능성이 높은데 그룹의 1인자와 2인자를 어떻게 배치할 지도 한 회장에게 남은 난제 중 하나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신한의 차기 회장 선출은 신한 사태의 완전한 마무리를 뜻하고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운 금융회사의 후계 승계 과정이라는 점에서도 매우 흥미롭다”며 “한 회장이 인사의 묘미를 어떻게 살릴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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