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대형 오피스 거래 규모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초부터 펀드 만기와 기업구조조정용 매물이 대거 시장에 쏟아진 가운데 해외투자자들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오피스 시장에 대한 전망은 대체로 어두운 편이다. 침체기가 계속되고 있는 임대 시장은 물론 매매 시장도 작년에 비해 거래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 가지 긍정적인 부분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 투자하는 해외 부동산 펀드가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이들 해외 부동산 펀드는 전통적으로 한국 기관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코어 자산이 아닌 매입 후 가치를 끌어올려 매각할 수 있는 밸류애드나 오퍼튜너티 투자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감안하면 국내 부동산자산운용사들도 해외 투자자들의 수요에 맞춰 투자자산 및 전략의 다변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 기관들도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는 오피스가 아닌 리테일이나 물류센터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피스 매매시장 침체 국면 진입·임대시장은 갈수록 어려워져
해외 투자자 증가는 긍정적
1일 코람코자산신탁은 투자기관·자산운용사·연구기관 등 총 81개 기관, 143명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올해 오피스 시장에 대한 전망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정점을 기록했던 매매 시장은 후퇴기로 접어들고, 임대 시장은 침체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코람코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69%가 올해 오피스 거래 시장이 침체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답했다. 전년(50%) 대비 크게 높아진 수치다. 임대시장은 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올해 임대시장이 침체국면에 놓일 것이라는 응답자가 83% 차지했으며,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17%에 불과했다. 작년에는 침체국면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76%, 회복국면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24%였다.
전문가들은 ‘경기침체에 따른 임차수요 감소(36%)’와 ‘금리인상 가능성 및 국내 국정혼란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33%)’를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 꼽았다. 긍정적인 요인으로는 ‘대형오피스의 신규공급 감소(22%)’, ‘대선 등으로 인한 경기회복 가능성(18%)’을 꼽은 응답자가 많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저금리 지속에 따른 해외자금 유입과 풍부한 유동자금(15%)’을 꼽은 응답자가 많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외국계 투자자들이 여의도 국제금용센터(IFC), 역삼역 캐피탈타워, 광화문 수송스퀘어(옛 수송타워) 등을 사들이며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주도했던 흐름이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피스 임대료 정체·공실률 상승... 오피스 대체재에 주목하는 투자자
리테일 선호 비중 26%로 가장 높아..물류센터·오피스·주택 순
SOC와 헬스케어 등 미래 성장 가능성 높은 분야도 주목
전반적인 오피스 투자 시장은 관망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피스 임대료 정체와 공실률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코람코가 도심·강남·여의도·분당권역으로 나눠 임대료와 공실률 전망을 조사한 결과 도심과 강남의 임대료는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으며, 여의도와 분당은 임대료가 하락할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신축 대형 오피스의 임대료는 상승하고 나마지 오피스는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하락해 프라임과 비 프라임 오피스 빌딩 간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공실률은 네 개 권역 모두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투자수익률과 매매가격은 보합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서울 오피스 시장의 투자수익률(캡레이트)는 전년 대비 소폭 하락하거나 유사한 5.0~5.5%를 기록할 것이라는 응답자가 44%를 기록했으며, 4.5~5% 라고 답한 응답자(27%)가 다음으로 많았다. 작년 10월 기준 서울 오피스 캡레이트는 5.4% 수준이다. 도심과 강남의 오피스 매매가격은 보합으로 전망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으며, 여의도는 보합과 하락을 전망한 응답자가 각각 41%를 기록했다.
이처럼 오피스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오피스가 아닌 리테일과 물류센터를 눈여겨 보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도 많았다. 전체 응답자 중 가장 많은 26%가 리테일 투자를 가장 선호한다고 밝혔으며, 물류센터(25%), 오피스(24%), 주택(15%) 등이 뒤를 이었다.
이외 공항·항만·발전소·철도·도로 등 인프라(SOC) 시설과 헬스케어·데이터센터·메디컬오피스 등 향후 성장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응답자도 있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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