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만혼·비혼을 줄여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올해부터 결혼하면 1인당 연간 50만원(맞벌이 부부 100만원)의 세금을 깎아주는 혼인세액공제를 신설했다. 올해 소득을 기준으로 내년 초 연말정산을 할 때 세액을 공제 해주는 방식이다. 만약에 올해 결혼하고 연말정산 시즌 전에 이혼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정답부터 얘기하면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다.
기획재정부에서 혼인세액공제를 담당하는 실무 관계자는 1일 “결혼 비용 부담을 국가가 조금이라도 덜어주자는 차원에서 생각해보면 연말정산 시 이혼한 상태라 할지라도 혼인을 했었으면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게 맞다”면서도 “출산율을 조금이라도 높이자는 정책 취지를 고려하면 이혼한 사람에게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2월 제출할 예정인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선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통해 세부 사항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올해 경제정책 방향에 혼인세액공제를 담음에 따라 실제 제도가 어떻게 운영될지에 관심이다. 혼인세액공제는 총 급여 7,000만원 이하의 서민·중산층 근로자가 결혼하면 다음 해 연말정산 때 1인당 50만원의 세금을 깎아주는 제도다. 맞벌이 부부는 100만원이다. 초혼뿐만 아니라 재혼한 사람들도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다만 결정세액이 50만원보다 적은 사람은 결정세액만큼 세금을 줄여준다.
올해 1월 1일 이후 혼인신고를 하는 부부는 적게는 수 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의 결혼 비용을 사실상 지원받게 되는 셈이다. 정부는 제도 시행으로 연간 약 1,000억원 정도의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연간 30만쌍이 결혼했고 이 중 20만쌍 정도가 맞벌이, 약 10만쌍이 외벌이다. 소득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약 50만명 가운데 면세자를 제외하고 결정세액이 50만원이 채 안되는 사람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 추정한 수치다.
혼인세액공제가 이번에 처음으로 도입된 것은 아니다. 정부는 2004~2008년 혼인비용 공제 제도를 운용한바 있다. 당시는 2,500만원 이하 근로자를 대상으로 100만원의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했다. 하지만 수혜자가 너무 적은데다 제도 자체가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이유로 2008년 폐지됐다. 혼인한 사람들이 금액상으로 실제로 받는 혜택도 현재와 대비해 3분의 1, 4분의 1 수준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100만원 소득공제보다 50만원 세액공제가 3~4배 정도 혜택이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득 구간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100만원 소득공제의 혜택 금액은 9만~18만원 정도로 어림잡을 수 있다.
하지만 소득이 혼인에 미치는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의 면밀한 분석이 없는 상태다. 출산의 경우 소득이 더 높은 사람이 되레 아이를 덜 낳는다는 통계 결과도 있다. 통계청의 2015년 기준 ‘신혼부부통계’ 결과에 따르면 합산 소득이 3,000만~5,000만원인 신혼부부(혼인 5년 이내)는 평균 0.86명의 아이를 출산했지만 1억원 이상인 부부는 0.66명만 낳았다. 일각에서는 만혼·비혼을 줄이는 데 별 효과도 없을 정책에 사실상의 국가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 돈 받자고 결혼 안 할 사람이 결혼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정부의 결혼 장려 정책 의지를 보여준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제도 하나만으로 출산율이 높아질 수는 없다. 여러 정책이 모이고 모여 함께 효과를 낼 때 출산율이 서서히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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