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석 동아쏘시오 그룹 부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진두지휘한 지 3년만에 대박을 터뜨렸다. 아직 후보물질군 탐색 단계에 불과한 상황에서 동아에스티의 면역항암제 기술 수출이라는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강 부회장은 지난 2013년 강신호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넘겨 받아 공격적인 연구개발(R&D) 투자로 동아쏘시오 그룹의 체질 개선을 시도 중이다. 총 수출 규모도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포함해 4억8,500만달러로 적지 않은 액수다. 특히 계약금이 4,000만 달러로 전체의 8% 수준에 달해 동아에스티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받았다.
28일 동아에스티에 따르면 이번에 애브비 바이오테크놀로지에 기술수출하는 물질은 면역항암제의 일종인 ‘MerTK’ 저해제다. MerTK는 면역시스템을 억제해 암세포의 성장과 전이를 촉진하는 데 관여하는 단백질이다. MerTK 저해제는 이러한 MerTK의 활성을 막아 체내 항암 면역시스템의 작동을 돕는 물질로 알려졌다. 이번에 수출된 후보물질군은 아직 최종 후보물질이 도출되지 않아 별도의 분류명칭도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애브비측은 면역항암제 시장의 급성장에 대한 기대감에 계약금 4,000만 달러를 우선 베팅했다. 일반적인 제약사 기술수출의 경우 후보물질이 도출돼 전임상에 돌입했거나 임상 1상 또는 2상이 진행 중일 때 성사된다. 이번 기술 수출은 신약 후보물질 탐색 단계에서 이뤄졌는데도 해당 물질의 성공 잠재력을 높이 평가받았다는 뜻이다. 애브비측은 중간에 기술계약을 해지하더라도 동아에스티에 4,000만 달러를 지급해야 한다.
동아에스티가 대박을 친 이유는 성장성이 가장 큰 신약 분야 가운데 하나인 면역항암제를 둘러싼 제약 ‘공룡’들간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실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GBI 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면역항암제 시장 규모는 758억 달러로 전체 항암제 시장의 40% 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면역항암제는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는 것이 기본 기전으로 대부분 글로벌 제약사들이 아직 임상 1상에도 돌입하지 못했을 정도로 진척이 더디다”며 “연간 수 조원을 제품 개발에 쏟아붓는 글로벌 제약사 입장에서는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이번 사례처럼 초기에 과감한 베팅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번 애브비측과 계약으로 동아에스티의 신약 개발 역량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최종 후보물질 도출과 동물을 대상으로 약물의 안전성 및 성능을 테스트하는 전임상을 양측이 공동 진행하기 때문이다. 실제 LG생명과학도 지난 1997년 영국 GSK에 항생제를 기술수출하며 신약 개발 역량이 급성장한 사례가 있다.
임상 1상 단계부터는 애브비측이 관련 과정을 총괄한다. 애브비 바이오테크놀로지는 바이오의약품 ‘휴미라’를 제조·판매하는 미국 다국적제약사 애브비의 자회사인 만큼 글로벌 임상 부문에서 경쟁력이 높다.
이번 기술수출로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부회장은 경영권 입지를 확실히 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지난 10월 공개매수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동아쏘시오홀딩스 지분을 기존 11.60%에서 26.54%로 늘리고, 지난달에는 50대 사장이 주축이 된 큰 폭의 임원 인사를 단행하며 확실한 경영 색깔을 보여주고 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