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채소 가공업을 하는 A 업체는 가공식품 도매를 주력으로 하는 B 기업과 2012년 12월 토마토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A 업체는 B 기업이 원가보다 낮은 단가를 일방적으로 책정해 대급을 지급했고 그 결과 약 40억원 정도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B 기업은 전자발주시스템을 통해 계약 단가를 사전 책정했고 A업체가 산정한 손실 규모는 잘못됐다며 거래 중단을 통보했다. 고민 끝에 A 업체는 2015년 10월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의 불공정거래신고센터를 통해 수·위탁분쟁조정을 신청했다.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은 양측의 의견을 수렴한 뒤 두 차례에 걸쳐 조정회의를 진행해 합의를 유도했고 그 결과 올 10월부터 A 업체는 별도 법인을 설립한 뒤 B 기업에 매년 토마토를 공급하는 조건으로 거래를 재개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청이 전국 각 지방청과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 설치한 불공정거래신고센터를 통해 수·위탁거래 분쟁조정제도를 운영하면서 위탁기업과 수탁기업 간 발생할 수 있는 갈등 해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대·중소기업협력재단 불공정거래신고센터가 가장 많이 업무 역량을 투입하는 분야는 바로 수·위탁거래 분쟁 조정이다. 수위탁 거래는 수탁기업이 위탁기업에 물품과 원료 등을 납품하는 거래를 의미한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한 수·위탁거래에서 불공정행위로 수탁기업이 피해를 볼 경우 법률지원을 실시하고 분쟁조정협의회를 개최해 위탁기업과 수탁기업이 신속히 합리적인 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대·중소기업협력재단 관계자는 “불공정거래신고센터와 분쟁조정제도를 더욱 적극 알려 중소기업들이 불공정거래로 피해를 보는 일을 최소화하고 거래공정화 관행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수·위탁거래 분쟁 조정신청은 크게 5단계로 나뉜다. 수탁기업이 위탁기업과의 수·위탁거래에서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되면 우선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이나 각 지방 중소기업청에 설치한 불공정거래신고센터에 전화(국번없이 1357)를 통해 조정신청을 접수·신청하면 된다. 신청서가 접수되면 재단은 위탁기업과 수탁기업 양측의 의견을 청취한다. 필요할 경우 지방중기청은 사실 조사와 출석 조사 등을 통해 내용을 검토한다. 이후 재단은 조정회의를 진행해 양측의 합의를 유도하고 필요하면 수·위탁분쟁조정 분과위원회를 개최해 자문을 얻는다. 조정안을 양측이 수락하면 합의는 최종 성사되며 합의에 실패해 소송으로 가게 될 경우 사안에 따라 재단이 수탁기업의 소송을 일부 지원하기도 한다. 재단에 따르면 최근 수·위탁거래 분쟁조정 처리 건수는 2014년 20건, 2015년 22건이며 올해는 30여건 수준으로 매년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다.
안유미 대·중소기업협력재단 전문위원은 “불공정거래 여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안에 대해 원만한 합의를 유도하자는 것이 분쟁조정의 취지”라며 “특히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업종에 따라 수·위탁분쟁조정 분과위원회를 4개로 나눠 각 업종별로 최적의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송을 통한 불공정거래 피해구제는 긴 처리기간, 과다한 비용이 소요된다”며 “분쟁조정제도를 통하면 피해를 신속하고 간편하게 구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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