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로 발효 1년을 맞는 한국과 중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성적표가 초라하다. 애초 낮은 수준에서 타결된 협정인 까닭에 교역증대 효과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었다. 하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등을 둘러싸고 한중관계가 얼어붙고 중국 측이 비관세장벽을 높이면서 농수산식품을 제외하면 수혜 품목들이 거의 없어 오히려 전체 대(對)중국 수출은 뒷걸음질치는 상태다. 18일 서울경제신문이 정부가 제시한 한중 FTA 발효 즉시 관세철폐 품목(19개) 가운데 수출실적 추적이 가능(HS·MTI코드)한 10개 제품의 올해 수출실적(10월 확정치 기준)을 분석한 결과 동괴(-29.6%), 혼합자일렌(-87.7%), 밸브부품(-28.4%), 플라스틱금형(-62.4%) 등 4개 품목의 수출이 28~8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5개 제품(초산비닐·항공등유·견사·마사·비스코스)은 연간 100만달러 이하의 미미한 수출실적을 기록했다. 수혜를 본 제품은 폴리우레탄(29%) 정도에 불과했다. 올해 중국 수출액은 반도체와 휴대폰 등 13대 주력 품목의 수출부진으로 12%, 약 137억달러가 줄었다. 과거 우리가 맺은 주요 FTA 1년차 성과(직전연도 대비 수출 증가율)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29.8%, 미국 4.1%, 유럽연합(EU) 4.1%, 인도 42.7% 등으로 한중 FTA에 비해 월등했다.
물론 중국이 대폭(93%) 개방한 농수산품의 경우 일부 성과가 있었다. 농수산품은 올해에만 13억4,000만달러(aT 기준·11월)를 수출해 8.6% 증가했다. 하지만 정부가 100만달러 수출을 목표로 잡았던 대중 김치 수출은 지난해 10만1,000달러에서 올해 29만7,000달러(10월 기준)에 그쳤다. 반면 한중 FTA로 최대 2%까지 관세가 낮아진 중국산 김치 수입은 올해 우리 수출액의 329배에 달하는 9,800만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FTA 발효 이후 중국의 무역장벽은 더 높아졌다. 중국의 우리나라에 대한 수입규제는 올해 13건으로 지난해보다 두 건 더 늘어났다. 우리나라가 받고 있는 전 세계 비관세장벽(48건) 가운데 절반 이상(26건·54%)이 중국이다. 특히 중국은 사드 문제가 불거진 후 롯데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하는가 하면 한국산 폴리실리콘에 대한 반덤핑관세 조사에 들어가는 등 무역장벽을 더 쌓고 있다. 위생기준을 복잡하게 하는 방식으로 화장품과 김·분유에 대한 규제도 강화하고 있다. 정인교 인하대 부총장은 “한중 FTA는 우리가 (수출에) 관심을 가질 만한 품목을 장기 관세철폐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이행속도도 느리기 때문에 다른 FTA처럼 바로 효과가 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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