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외교안보와 인사에 이어 경제도 직접 챙기기로 했다.
18일 국무총리실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황 대행은 이르면 오는 29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해 2017년 경제정책방향을 결론 내고 유일호 부총리 겸 재정기획부 장관이 발표하는 방식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권한대행은 경제·안보·민생 분야에 있어서는 국정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흔들림 없이 나간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애초 기재부는 28일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황 대행의 일정을 감안해 총리실과 기재부가 협의를 거쳐 29일로 발표일을 옮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제정책방향은 12월 중순 다음해 경제정책의 큰 흐름을 제시하고 6월에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달라진 경제상황을 반영해 보완책을 내놓는다. 박근혜 정부 들어 경제정책방향은 대통령이 주재하는 확대경제관계회의를 통해 경제부총리가 발표해왔다. 정부는 탄핵으로 인한 정치적 리스크가 경제운용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국내외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대통령 대신 권한대행이 주도해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이 주재하던 청와대 내부 회의인 수석비서관회의는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맡겼지만 경제정책회의만큼은 직접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부처 내부에서도 임시직이기는 하지만 국정 컨트롤타워인 황 대행이 주도적으로 경제를 챙겨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경제부처 관계자는 “탄핵의 영향으로 이번 경제정책방향 내용이 빈약하고 길어야 6개월짜리라는 외부의 시각이 있기 때문에 황 대행의 의지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 대행은 9일 대통령 탄핵 가결 직후부터 경제에 대해 나름대로 목소리를 내왔다. 그는 권한대행이 된 직후 대국민담화에서 국방외교에 이어 경제 분야를 언급하며 “침체된 경제를 어떻게든 회복시키고 일자리를 확충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경제관계회의에서 경제팀에 경제정책방향의 조속한 수립을 지시하는가 하면 정치권에서도 오락가락하던 ‘유일호 경제팀·임종룡 금융팀’ 유임을 결론지었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명분으로 공공기관장을 임명하고 미국 금리 인상 직후에 시장 안정화 방안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행정가 출신의 대통령 권한대행인 고건 전 총리는 이헌재 당시 경제부총리에게 경제 분야를 전담시켰지만 법률가 출신인 황 대행은 그때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 이후 부활한 대통령 주재회의인 무역투자진흥회의가 다시 열릴지도 주목된다.
황 대행의 마이웨이 식 행보가 야권과 충돌을 빚으면서 정책 추진이 오히려 막힐 가능성도 있다. 통상 경제정책방향은 발표 직전 여당과 당정협의에서 일부 내용을 조정했다. 그러나 탄핵 정국에서 경제정책방향도 야당과의 협상이 중요해졌다. 그러나 야 3당은 황 대행이 기존에 청와대가 내정한 인물을 16일 마사회장으로 임명한 시점을 도화선으로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청와대 앞에서 탄핵을 외치던 촛불집회도 17일에는 처음으로 총리공관 앞에서 권한대행의 퇴진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황 대행은 이날 강원도 평창을 방문하느라 시위를 체감하지는 못했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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