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부터 과세표준 5억원 초과액에 대한 소득세율이 38%에서 40%로 오르면서 세 부담이 가중된 ‘슈퍼리치’들이 재테크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최근 들어 자산가층의 소득세율을 높이거나 세액공제를 줄이는 등 ‘부자증세’ 기조가 계속되면서 전략 수정의 필요를 강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대체적으로 상속이나 증여를 서두르거나 부동산에 대한 자산 배분을 늘리는 경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3일 통과된 세법 개정안에 영향 받는 슈퍼리치들이 PB센터에 이번 세법개정안에 대해 문의와 하소연을 하고 있다. 슈퍼리치들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을 주로 내놓고 있다는 전언이다. 여야가 법인세 인상에 대해 줄다리기를 하는 줄 알았는데 막판에 여야 합의로 소득세를 올려버렸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PB팀장은 “고액 자산가들은 이번 세법 통과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라며 “일단은 자신의 세 부담이 정확히 얼마 정도 느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소득세 과세표준 5억원 초과 구간에 대해 40% 세율이 적용된다. 현행 소득세는 과세표준 1억5,000만원 초과자에게 세율 38%를 적용하는데 내년부터 5억원 초과 부분에 대해 2%포인트가 뛰는 것. 이에 따라 늘어나는 세금은 과세표준 6억원이 넘는 이들은 200만원, 8억원 초과자는 600만원, 10억원 초과자는 1,000만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이에 해당하는 슈퍼리치들은 세테크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재정부 추산에 따르면 2014년 소득 기준 전체 근로자 1,668만명 중 과세 표준 5억원 초과자는 약 4만6,000명으로 △근로소득 기준 6,000명 △종합소득 기준 1만7,000명 △양도소득 기준 2만3,000명이다.
먼저 세금에 민감한 자산가들은 금융소득 비과세나 분리과세를 받을 수 있는 금융상품들을 알뜰히 챙길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저축성 보험은 10년 이상 유지 시 1인당 2억원 한도 내에서 비과세가 적용되며 만기가 10년 이상인 장기채권에서 발생한 이자와 할인액은 33%의 세율로 분리과세 받을 수 있다.
또한 상속이나 증여를 서두르거나 부동산에 대한 자산 배분을 늘리는 경우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호 KEB하나은행 대치동 골드클럽 센터장은 “아무래도 세금은 심리적으로 민감하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피하거나 줄여보려는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며 “이런 방안을 상속·증여나 부동산 투자 등 다방면으로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탄핵 국면에서 야당 쪽이 국회 주도권을 잡으면서 자산가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강우신 기업은행 한남동 WM센터장은 “이번 세법 개정이 ‘부자 증세’에 대한 신호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다”며 “이번 탄핵 국면이 흘러가는 방향에 따라 자산가들의 대응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