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양이 등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반려동물 시장도 급성장 중이다. 하지만 의료산업이 가장 발달하고 매년 암에 걸리는 개 숫자만 600만마리로 추정되는 미국조차 눈에 띄는 동물 항암치료제가 없는 실정이다.
5일 만난 김경태(사진) 플럼라인생명과학(222670) 대표는 자사가 개발 중인 동물 항암제 ‘PLS-D5000’가 이 같은 반려견 의약품 시장의 문제점을 해소할 획기적 제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PLS-D5000은 암세포를 증식시키는 단백질 발현을 억제하고 자가 면역력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인정받아 지난 10월 국내 최초로 미국 농림부(USDA)로부터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다. 동물 의약품은 사람과 달리 한 차례의 임상만 진행하면 되므로 8부 능선을 넘은 셈이다. 김 대표는 “PLS-D5000은 부작용이 거의 없어 고통을 겪지 않고도 치료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오는 2018년 미국 내에서 조건부 판매를 거쳐 2019년 정식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암에 걸리는 반려견 600만마리 가운데 1%만 이 제품을 사용해도 최소 600억원의 연 매출이 기대된다”며 “비슷한 시기 국내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반려견 빈혈치료제(PLS-D1000)도 회사의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 조사기관인 ‘인포머 애그리비즈니스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은 109억달러, 식용동물용 의약품 시장은 141억달러에 이른다.
플럼라인의 또 다른 성장축은 가축동물의 치료와 생산력 향상을 돕는 제품군이다. 어미돼지의 건강과 생산성을 도와주는 ‘라이프타이트®SW 5’의 경우 이미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시판 허가를 받았다. 한국에서는 올 5월 검역본부에 허가를 신청해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최근에는 구제역 등 가축 전염성 질병을 예방하는 DNA백신 개발까지 착수했다. 이 제품군을 앞세워 한국은 물론 세계 최대 가축 시장인 중국까지 공략할 계획이다.
플럼라인은 미국 바이오벤처 이노비오로부터 동물용 의약품 사용권리를 받아 2014년 설립됐다. 신생 바이오 벤처지만 설립 1년여 만인 2015년 7월 코넥스에 상장해 약 110억원의 투자를 끌어낼 정도로 성장 속도가 빠르다. 개발이 가시화된 파이프라인도 20종이 넘는다는 것이 플럼라인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강력한 특허로 보호되는 기술력이 성장 비결”이라며 “전 세계를 통틀어 동물 유전자치료제로 특허를 받은 4개 제품 가운데 한 개가 플럼라인 제품”이라고 부연했다. 나스닥 상장사 이노비오에서 10여년간 근무했던 김 대표의 경험도 여러모로 도움이 됐다.
중장기 목표는 ‘5년 뒤 매출 5,000억원, 10년 뒤 1조원 달성’이다. 이를 위해 2018년 미국 나스닥 상장 계획도 세우고 있다. 김 대표는 “기술력이나 제품군이 플럼라인과 비슷한 아라타나 테라퓨틱스의 경우 나스닥 시가총액이 한때 7,000억원을 기록했다”며 “반려동물 최대 시장인 미국과 가축 소비 최대 시장인 중국을 모두 잡아 글로벌 동물의약품 시장의 리더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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