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화홀딩스에서 2,100억원가량의 투자를 유치한 의약품위탁생산기업(CMO) 바이넥스에 셰스황(미국명 시몬 셰·사진) 알리바바 공동창업자(부회장)도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바이넥스는 이 같은 중국 내 지원을 바탕으로 글로벌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칭화와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해 사업을 확장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5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바이넥스가 추진 중인 총 2,200억원 규모의 3자 배정 유상증자에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 공동창업자이자 2대 주주인 셰 부회장이 운영하는 나비벨벤처(Navibell Venture Corp.)가 칭화와 별도로 140억원을 투자한다.
바이오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나비벨벤처는 마윈에 이어 알리바바의 2인자로 꼽히는 셰 부회장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곳”이라고 전했다.
실제 미국 증권거래소 전자공시(EDGAR)에 올라와 있는 셀룰러바이오메디슨의 보고서를 보면 나비벨벤처는 셰 가문이 완전히 소유한 회사로 셰 부회장이 기업의 방향을 결정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은둔의 경영자’인 셰 부회장은 알리페이를 비롯해 그룹 의사결정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바이넥스 입장에서는 칭화홀딩스 외에 또 다른 중국 내 지원군을 확보한 셈이다.
이 같은 입지를 토대로 바이넥스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동방강태산업그룹 및 모회사인 칭화홀딩스와 사업을 확대한다. 바이넥스 사정에 정통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칭화 측이 바이넥스 지분 인수를 시작으로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한 ‘메가딜’을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며 “일본과 유럽의 중소형 업체에 대한 ‘스몰딜’은 바이넥스가 주축이 돼서 시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넥스는 이번에 유상증자를 하면서 900억원을 타법인 지분 취득에 쓰겠다고 밝혔다. 추가 자금차입과 칭화의 지원을 감안하면 M&A에 최대 1조원을 쓸 수 있다.
바이넥스는 내년 중 칭화 측과 JV도 세운다. JV는 바이넥스가 49%, 칭화가 51%의 지분을 갖는다. 글로벌 제약사 의약품 판권을 사와 중국에서 판매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해당 제품의 중국 내 생산을 유도하는 게 사업모델이다.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중국은 해외 약품 판매허가에 보수적이고 과정도 불투명해 글로벌 제약사라도 바이넥스 및 칭화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이 주목표인 바이오 기업들과 달리 바이넥스는 중국과 일본 시장이 타깃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 제약기업의 중국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도 할 수 있다. 바이넥스에 위탁 생산한 제품의 경우 중국 수출이 수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종 투자 완료와 향후 자금집행 과정을 따져봐야 한다”면서도 “국내 기업이 중국 국영기업과 함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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