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이오 산업은 미국·유럽·일본 등과 비교하면 확실히 후발주자다. 글로벌 신약 개발 사례가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100년 넘게 역량을 쌓아온 선진국들과 경쟁하기에는 기술 및 노하우가 한참 뒤떨어진다. 이 때문에 국내 바이오 참여자들은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업이나 각 업체들 간의 활발한 정보교류로 이 같은 격차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 대형 바이오·제약사들은 글로벌 업체와의 협업을, 바이오벤처들은 이른바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을 각각 활용해 글로벌 제약사로의 도약을 꿈꾸는 모습이다.
◇대기업, 글로벌 제약사와 손잡아라=최근 바이오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업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복제약) 개발업체인 삼성바이오에피스 또한 이 같은 전략이 없었다면 지금의 성과도 어려웠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2012년 삼성바이오로직스, 미국 바이오젠아이텍과 합작사 형태로 출범해 각종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이를 통해 지난해 12월 ‘브렌시스’ ‘렌플렉시스’ 등 2종의 바이오시밀러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데 이어 자가면역질환 억제제인 ‘휴미라’와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도 내년 상반기 상용화가 예정돼 있는 등 후발주자로서 기세가 무섭다. 2014년 2월에는 미국 제약사 머크와 바이오시밀러 공동개발 및 상업화 계약을 체결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설립 이후 제품 출시까지 8년 가까이 걸리는 기간을 글로벌 제휴를 통해 절반으로 단축했다”며 “삼성이 지분 등에서 바이오젠아이덱에 많이 양보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삼성으로서는 확실히 실보다 득이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업 모델은 연구개발(R&D)에 공을 들이고 있는 바이오·제약사를 중심으로 더욱 활발하다. LG생명과학은 2012년 일본 모치다제약과 공동개발 협약을 맺고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힘을 쓰고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일본 메이지세이카파마와 공동 설립한 동아메이지바이오(DMB)를 통해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벤처의 성장 무기는 ‘오픈이노베이션’=자본 및 기술력 등이 대형 제약사에 뒤떨어지는 바이오벤처의 경우 오픈이노베이션으로 역량을 키우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2012년 대전에서 첫걸음을 뗀 ‘혁신신약살롱’이다. 올해는 판교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신약 개발을 꿈꾸는 바이오벤처들 간 노하우 공유나 각종 정보교류의 장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성공비결, 레고켐바이오의 조인트벤처를 통한 신약 개발전략 등이 발표됐다. 무엇보다 바이오벤처의 자금줄인 벤처캐피털(VC) 업계 관계자를 비롯해 대형 제약사, 정부부처 관계자들도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이는 등 신약 개발 생태계의 확실한 축을 담당하는 모습이다. 판교혁신신약살롱의 핵심 멤버로 활동 중인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는 “신약 개발 생태계는 각 참여자가 자발적으로 만들어나가야 보다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며 “무엇보다 대학기초연구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생태계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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