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세계 5위의 명실상부한 자동차 강국으로 성장했지만 자동차 부품 수리시장은 초라하기만 하다. 글로벌 리서치업체인 GIA(Global Industry Analysts)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완성차 시장 규모는 93조원으로 프랑스(41조원)의 두 배가 넘지만 부품 수리시장은 5조원으로 프랑스(17조원)의 3분의1에도 못 미친다. 완성차 시장 대비 부품 수리시장 비중은 5.6%로 미국(34%), 독일(19.8%), 일본(13.5%), 프랑스(43.2%) 등 선진국에 비해 초라한 수준이다.
선진국들이 부품 수리시장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은 대체부품이 활성화돼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1993년부터 2012년까지 약 5,160만개의 인증부품이 사용됐으며 순정품(OEM) 가격보다 20~50% 정도 낮은 수준에서 대체부품이 공급되고 있다. 가까운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일본자동차부품협회(JAPA)가 자동차 부품에 대한 품질평가·인증 등을 시행 중이다. 인증된 부품은 ‘우량부품’으로 선정해 마크를 부여하고 정품가격의 60~70%선에 공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1월부터 정부 인증기관에서 중소기업이 제작한 대체부품의 성능과 품질을 인증하는 ‘대체부품 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 실적은 미미하다. 국내 자동차부품업체들이 완성차 업체에 갑을 관계로 종속돼 있기 때문이다. 5개사가 과점하고 있는 완성차 업계에 부품을 대기 위해 중소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대체부품 개발에 손을 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현대차에 납품하는 중소업체 수는 348개, 기아차 333개에 달한다.
가장 큰 장애물로는 ‘디자인 보호법’이 꼽히고 있다. 완성차는 설계에 따라 달라지는 부품 디자인에 대해 저작권 보호를 받고 있는데 현행 시행되고 있는 디자인 보호법은 등록된 제품의 디자인을 20년간 보호하게 돼 있어 부품사들은 사실상 대체인증 부품을 만들 수 없는 구조다. 올 2월 기준 자동차 부품에 대한 디자인 보호권 통계를 살펴보면 수입차가 252건에 불과한 반면 국산차는 4,868건에 달한다.
정부와 부품업계도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인 교통안전공단은 대체부품 인증제도의 저변확대를 위해 한국자동차부품협회·보험개발원과 공동으로 지난해부터 전국을 돌며 현장 컨설팅을 시행하고 있다. 김석원 자동차부품협회 회장은 “국내 자동차제작사가 보유한 자동차부품 디자인권을 부품업체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 대체부품 시장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영태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대체부품제도 현장컨설팅을 통해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 판로개척 지원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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