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건설회사인 오바야시는 우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2050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우주 엘리베이터는 지구 궤도 상에 인공 위성을 띄운 뒤 케이블을 연결해 엘리베이터처럼 우주로 물건이나 사람을 운송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중국은 우주 굴기(우뚝 일어섬)가 한창이다. 중국은 미국·러시아가 공동 운영하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이 퇴역하는 2024년 세계 유일의 우주정거장 보유 국가가 된다. 중국은 2021년 7월 이전에 탐사선을 화성에 착륙시키는 화성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대한민국도 우주 개발 경쟁에 가세했다. 바로 한국형 발사체다. 우리 힘으로 개발한 우주발사체로 2020년 이후 달 탐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7월 한국형 발사체 개발의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 1단과 2단에 들어갈 75t급 액체 엔진이 목표 연소시간을 달성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7월 20일 오후 1시 39분께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75t 엔진을 143초간 연소시키는 시험에 성공했다. 75t 엔진은 한국형 발사체의 핵심 기술이다. 지난 5월 3일 첫 불꽃을 내뿜은 75t 엔진은 1.5초의 짧은 순간 연소가 진행됐다. 지난 6월 8일 75초간 연소한 데 이어 이번엔 그 두 배로 늘리며 최종 목표연소시간을 달성했다. 한국형 발사체 발사 때 1단 엔진은 127초, 2단 엔진은 143초 동안 연소돼야 한다.
한국형 발사체 개발은 75t급 엔진의 연소기 불안정 문제와 연료 탱크 용접 기술의 어려움 때문에 예정보다 차질을 빚었다. 연소 불안정 현상을 해결하는데 1년 4개월 지연됐고 이로 인해 당초 계획한 엔진 시험도 10개월 정도 늦게 시작했다. 발사체의 연료 탱크 두께는 일반적인 산업용 탱크 두께보다 매우 얇아 용접 과정에서 쉽게 변형되는 것이 문제였다. 하지만 이번 액체 엔진 연소 시험에서 연소기 불안정 문제와 연료 탱크 용접 기술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한국형 발사체 개발 일정에 파란불이 커졌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이어 지난 10월 5일에는 3단에 들어가는 7t급 엔진을 580초 동안 연소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7t급 엔진은 우주 공간에서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엔진으로 502초 이상 안정적으로 불꽃을 내뿜어야 한다.
한국형발사체(KSLV-II) 사업은 1.5톤급 실용 위성을 지구 상공 600∼800km의 저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 우리나라 독자의 우주발사체다. 길이 47.2m의 3단 로켓 전체를 우리 기술로 제작해 2020년 발사하는 것이 목표다. 제일 아래 1단은 새로 개발하는 75t 엔진 4개를 묶어 300톤급의 추력을 낼 수 있도록 개발된다. 묶는 방식은 러시아의 소유즈, 유럽의 아리안4 발사체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신뢰도와 경제성 면에서나 향후 발사체 시장 진입에도 유리하다. 그 위 2단에는 75t 액체엔진 1개를 올리며, 3단에는 새로 개발하는 7t급 액체엔진 1개가 들어간다.
한국형발사체는 1조9,572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국가적인 우주개발 사업이다. 한국형발사체 사업은 총 3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2010년 3월-2015년 7월)에는 발사체 시스템 및 예비 설계 검토와 7톤급 액체 엔진의 지상 연소시험이 진행된다. 2단계(2015년 8월-2018년 3월)에는 발사체 및 엔진의 상세 설계와 함께 75톤급 지상용 엔진과 시험발사체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3단계(2018월 4월- 2021년 3월)에서는 최종적으로 3단형 발사체 시스템 기술 개발을 마치고 2번의 발사로 성공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엔진은 발사체 기술의 핵심이다. 75톤급 액체엔진과 7톤급 액체엔진 개발이 핵심 과제다. 우리 나라는 나로호 개발을 통해 75톤급 액체 엔진 설계 등 한국형발사체 개발을 위한 선행 연구를 진행해 왔다. 한국형발사체에 적용되는 75톤급과 7톤급 엔진 엔진은 개발기간과 비용, 기술 난이도를 줄이기 위해 모두 가스 발생기 및 터보 펌프 구동 방식으로 개발된다. 연료는 케로신, 산화제는 액체산소를 사용한다. 그 동안 우리나라는 고추력 엔진 시험이 가능한 대형 시험 설비가 없어 사실상 엔진 개발이 불가능했다. 한국형발사체 엔진 개발을 위해 연소 시험 설비, 터보 펌프 시험설비, 엔진 지상·고공 연소시험설비, 추진기관 시스템 시험설비 등 총 10종의 엔진 시험설비가 나로우주센터 등에 구축됐다. 시험 시설에서는 75톤급 및 7톤급 엔진의 핵심 구성품 및 결과 분석에 1주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시험을 적게는 수십 회에서 많게는 200회 정도 진행할 계획이다.
한국형발사체 엔진개발에는 많은 기술적 어려움이 존재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연소 불안정이다. 연소 불안정은 연소 과정에서 발생한 진동이나 추진제 공급 계통의 교란 등이 연소실 내의 압력, 온도, 유속 등에 영향을 줘 불안정한 연소 상태가 발생하는 현상이다. 연소 불안정으로 엔진이 폭파되는 등 대형 사고를 발생할 수 있어 극도로 위험하다. 연소 불안정 현상은 액체 로켓이 개발되기 시작한 1930년대부터 발견된 기술적 문제이지만 아직도 명확히 해결되지 않았다. 일단 연소불안정 현상이 나타나면 연소 안정화 장치 등 새로운 구조물을 장착하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설계를 변경해 새로 제작해야 한다. 로켓 엔진 개발은 고온, 고압, 극저온을 동시에 견뎌야 하는 극한의 시스템을 개발하는 일이기 때문에 과열 방지, 내열 합금 기술, 극저온 물질 취급 기술 등 여러 어려운 기술들이 새로 개발되거나 적용되어야 한다.
75t급 엔진은 액체산소와 연료가 무려 초당 255㎏이 연소 된다. 75t급 액체 엔진 1호기는 지난 4월부터 시동 순서 검증, 점화, 연소 시험을 단계적으로 거쳐 모두 15회 연소시험과 누적 연소시간 346.5초를 달성했다. 10월부터는 2호기 엔진 연소시험을 진행 중이다. 그동안 진행된 모든 연소시험에서 연소 안전성 및 연소 추력 등 모든 측정값이 오차 범위 내에서 정상 작동됐다. 항우연은 앞으로 여러 기의 75t급 액체 엔진 시험 모델을 제작해 지상 및 고공 연소 시험을 수행하면서 엔진의 신뢰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지금껏 한국은 우주 로켓의 핵심 제조기술을 외국에 의존해왔다. 2013년 1월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도 핵심 부위인 1단 로켓을 러시아에서 들여왔다. 하지만 한국형발사체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한국이 독자적으로 로켓 제조기술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우주 기술 자립을 통해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려는 우리나라의 꿈을 실현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에 개발하는 로켓은 2020년 이후 발사될 국내 첫 무인 달 탐사선에도 쓰일 예정이다. 한국형 달 탐사 사업은 달 탐사선을 개발하고 궤도선, 착륙선, 과학 탑재체, 심우주통신 등 달 탐사에 필요한 기반 기술을 확보하는 사업이다. 달 탐사선에는 달의 환경을 분석하고 자원을 탐사하는 과학 탑재체, 우주 인터넷, 원자력 전지, 로버 등 기술 검증을 위한 장비들을 탑재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쌓아 온 인공위성 기술을 바탕으로 달 탐사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약 70% 가량 확보한 상태다. 한국형발사체를 통해 달 탐사에 성공하면 우리나라가 개발한 독자 발사체의 기술력을 세계에 입증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더구나 우리나라 달 탐사의 유무형 경제적 가치가 투자 예산 대비 5배가 넘는 무려 3조 8,000억 원 가량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형 달 탐사는 그 동안 빠르게 성장한 우리나라의 우주 기술을 더욱 고도화 해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는 초석이 될 것이다. /문병도기자 d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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