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채권금리가 급등(채권가격 폭락)하면서 증권주들이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채권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가격 하락으로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한 채권 평가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며 증권주를 끌어내리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지난 3·4분기 증권사들의 채권 평가 이익규모가 전 분기보다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까지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증권업종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82%(45.32포인트) 내린 1,563.16에 거래를 마쳤다. 트럼프 당선 직전인 지난 8일 종가 대비 4.46% 떨어진 수치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1.87%)과 비교하면 증권업종의 하락 폭은 더욱 두드러진다. 미래에셋증권(037620)(-9.12%)과 미래에셋대우(-7.20%), NH투자증권(005940)(-5.20%), 삼성증권(016360)(-5.15%) 등 주요 대형 증권사들도 트럼프 당선 직전과 비교해 주가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증권주들이 곤두박질치게 된 것은 증권사들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인 채권 투자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54개 증권사들의 지난 3·4분기 채권 평가 이익이 전 분기보다 1조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해당 증권사들은 올 상반기만 해도 채권금리 하락 덕분에 1·4분기(1조6,968억원)와 2·4분기(1조6,119억원) 연속으로 분기당 줄곧 1조6,000억원이 넘는 수익을 채권투자를 통해 벌었다. 하지만 지난 8월부터 채권금리가 바닥을 찍고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증권사들의 채권 평가 이익이 급감했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채권 보유 규모가 큰 대형사들을 중심으로 지난 3·4분기 채권 관련 손실이 크게 발생했다”며 “트럼프 당선 이후 채권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4·4분기도 채권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 전망으로 채권금리의 상승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점이다. 여기다 12월 미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금리를 올리면 국내 채권금리는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채권보유 규모가 큰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운용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삼성증권이 15조2,2260억원, 미래에셋대우 14조7,695억원, 한국투자증권 14조7,694억원, 미래에셋증권 14조7,000억원, NH투자증권 14조5,252억원 등 국내 주요 대형사들은 저마다 10조원 넘는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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