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이 바뀌고 있습니다. 기업 이익이 개선되고 있죠.”
서울 을지로 사옥에서 만난 최상현(사진) 베어링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듣던 중 반가운 분석을 내놓았다. 지난 2014년 이후 과거 무리한 투자와 과잉 생산으로 상품 가격이 떨어지면서 어닝쇼크가 발생했지만 최근에는 비용절감 노력과 상품 가격 상승이 이익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 본부장은 “아직 주가에 반영이 안 돼 상당히 저렴한 상태”라며 “계기만 있다면 주가는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본부장은 2013년 2월부터 국내 최초의 배당주펀드인 ‘베어링 고배당’을 운용하고 있다. 2002년 4월 설정돼 현재까지 누적 수익률이 359.98%에 이른다. 시리즈 펀드까지 합친 설정액은 7월 2조원을 넘겼다. 모든 펀드매니저의 꿈이라고 할 만한 펀드다.
이 같은 성과에 대해 최 본부장은 “원칙을 지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대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같은 이벤트와 시장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철저히 기업 펀더멘털을 중심으로 고민한 덕분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1~2년 전 인기가 높았던 화장품주·헬스케어주는 배당매력도가 떨어지는데다 비싸다고 판단해 펀드에 담지 않았다.
대신 당장 업황이 나빠도 베어링 고배당의 기준에 맞는 에너지주, 철강 등 소재 관련주를 샀다. 중국 정유·철강업계는 파산 위기인 반면 포스코는 개선 여지가 큰 것으로 판단했다. 다른 매니저들이 가계부채 부담 등을 지레 우려하며 손사래를 쳤던 은행주도 샀다. 꾸준한 이익 개선의 신호가 보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 베어링 고배당은 지난 3년간 국내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1.85%)을 뛰어넘는 21.04%의 성과를 거뒀다.
최 본부장은 “내가 알고 있는 진실이 내일이면 바뀔 수 있다”는 이유로 굵직한 이벤트 전후에 포트폴리오를 바꾸지 않는다. 브렉시트나 미 대선 결과를 예단해 미리 포트폴리오를 변경하는 일도 없다. 그는 “빠른 대응이 펀드매니저의 덕목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베어링의 철학은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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