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빚어진 물류 대란이 70여 일 만에 사실상 마무리됐다. 하지만 한진해운이 실어나르던 환적 화물의 절반 정도가 제3국 항만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돼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정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과 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 주재로 ‘한진해운 관련 제20차 합동대책 TF 개최결과’ 브리핑을 열어 7일 기준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97척 가운데 94척의 하역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해외 항만에서 52척, 국내 항만 42척의 하역이 완료됐다. 남은 3척 가운데 2척도 하역을 완료하고 상하이에 가압류된 1척도 현지 항만 당국과 협의해 하역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지난 8월31일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이후 두 달 넘게 이어진 물류 대란은 이로써 사실상 마무리됐다.
세계 항만에서 하역 거부 사태가 벌어지며 오가지도 못했던 한진해운 선박에 실린 화물들도 대부분 주인을 찾아갔다. 7일 기준 한진해운 계약 화물 39만6,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가운데 37만8,000TEU(95.5%)의 하역이 완료됐다. 이 가운데 34만3,000TEU가 화주에게 인도됐다. 현재 전세계 한진해운 선박에는 771명(한국인 377명, 외국인 394명)이 아직 승선해 있다. 정부 선박별로 의료 관리자를 지정해 건강을 점검하는 동시에 생필품을 보급해 선원들이 복귀할 때까지 지원을 지속하기로 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들어간 9월 초 나라 전체의 물류가 일시적으로 멈출 정도의 대란은 해소 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한진해운이 담당하던 컨테이너 물량이 대거 증발하면서 국내 최대 항만인 연간 1,000만TEU 이상의 환적 화물을 처리하는 부산항은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해수부에 따르면 9월 부산항 환적 물동량은 79만2,000TEU로 전년 동월 대비 4.7%, 8월에 비해서는 7.3% 감소했다. 이는 부산항 환적화물의 10% 정도를 담당했던 한진해운 물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특히 9월 부산항의 한진해운 환적화물은 3만2,024TEU(잠정치)로 8월(10만3,697TEU) 대비 69.1%나 급감했다. 이는 한진해운이 운항에 차질을 빚으면서 부산항에 환적을 하던 글로벌 노선인 다롄∼롱비치, 호찌민∼롱비치, 뉴욕∼톈진 등의 물량이 빠졌기 때문이다. KMI는 대체 선박 투입 등으로 빠져나간 한진해운 환적 화물 상당량이 부산항이 아닌 제3국 항만을 통해 환적된 것으로 추정했다. 부산항 연간 물동량의 5% 수준인 50만TEU의 환적 물량이 빠져나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태영 KMI 항만수요예측센터장은 “물량 신고와 집계 등을 감안할 때 (한진해운 사태의) 구체적인 여파는 12월께는 돼야 명확히 알 수 있다”면서 “다만 1년에 5% 정도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데 4·4분기에만 부산항 전체 물동량이 1~2% 감소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내년 상반기 출범이 예고된 글로벌 얼라이언스(해운동맹) 재편에 대비해 부산항 환적을 늘리기 위한 전략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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