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올리기 하루 전 팀버레이크는 미국 대선 사전투표에서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 테네시 주에 위치한 자신의 고향을 방문했다. 투표소를 찾은 그는 자신과 같은 20~30대 유권자들이 투표에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를 독려하기 위해 투표소에서 ‘셀카’를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그 순간 팀버레이크는 범법자가 됐다.
팀버레이크의 인증샷이 위법인 이유는 테네사 주에서는 투표장 내에서의 사진 촬영 행위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전역에서 같은 규정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미네소타, 네브라스카, 하와이 등 20개 주와 워싱턴 D.C.(어느 주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된 행정구역)는 투표장 내에서의 사진 촬영은 물론이고 투표용지를 촬영하고 SNS로 공유하는 것까지도 ‘모바일 시대’의 현실로 여겨 금지하지 않는다. 반면 뉴욕, 일리노이 등 18개 주는 기표된 투표용지의 촬영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촬영하는 행위 자체로 체포 등 법 집행이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고 사진이 온라인에 공유될 경우에는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애리조나, 텍사스, 오하이오 등 나머지 주에서는 관련 조항에 해석의 여지가 있어 허용 여부가 불분명하다.
미국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투표용지를 들고 인증샷을 남기는 행위가 ‘밸럿 셀피’(Ballot Selfie)라고 불리며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에 대한 허용 여부가 주마다 다른 상황에서 법조계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시민권연맹(ACLU) 캘리포니아 북부지부의 마이클 리셔 변호사는 “모든 시민은 그들의 투표 용지를 공개하지 않을 권리도 있지만, 공유하고 싶은 사람들도 권리를 누려야 한다”며 밸럿 셀피 문제가 수정헌법 1조(표현의 자유)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미국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까지 밸럿 셀피를 금지하는 주에서는 이를 뒤집기 위해 수많은 유권자와 변호사들이 소송을 진행해왔다.
반면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공개할 수 있게 되면 선거와 관련해 협박, 공갈 등 불법적인 선거 운동이 가능해져 유권자가 양심에 따라 자유롭게 투표할 권리를 침해당할 수 있다는 시각도 여전히 힘을 얻고 있다. 지난 3일 뉴욕 주 연방 법원도 벨럿 셀피 금지 조항을 폐지하기 위해 유권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려 조항의 효력을 유지했다.
밸럿 셀피를 금지하는 주 사이에서도 금지하는 범위는 제각기 다르다. 뉴욕에서는 아직 기표하지 않은 투표 용지는 촬영할 수 있으나 기표를 한 뒤에는 촬영할 수 없다. 매릴랜드와 웨스트버지니아에서는 투표소에서 투표용지를 촬영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우편 투표에서 투표용지를 촬영하는 것은 가능하다. 반면 네바다는 우편 투표의 투표용지도 촬영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허용 여부가 불분명한 주들은 대개 규정에 해석의 여지가 있거나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팀버레이크의 고향 테네시는 투표 용지 촬영에 대한 언급 없이 투표장 내에서의 촬영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펜실베니아의 경우에는 투표장 내 혹은 투표용지 촬영 행위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투표가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가 타인에게 자신의 투표를 알리는 것인지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미주리의 주법(州法)은 ‘타인에게 투표용지를 보여줘서는 안된다’고 규정해 밸럿 셀피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에 주 대변인은 밸럿 셀피가 법의 ‘회색 지대’라며 유권자들에게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하라고 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우리나라에서도 선거 때마다 젊은 세대들은 투표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리는 것을 즐기는데 항상 허용된 범위를 넘어선 인증샷이 문제가 되곤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특정 후보의 포스터가 노출되거나 특정 후보의 기호를 연상하게 하는 포즈를 취하지만 않는다면 투표 인증샷을 찍어 올리는 것이 문제가 되진 않는다. 그러나 기표소 내에서의 사진·동영상 촬영, 특히 투표용지를 촬영하는 행위는 엄격하게 금지돼 있다. 이를 위반하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팀버레이크 사건 이후로 ‘밸럿 셀피’ 문제는 미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입장과 투표의 자유를 주장하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지만, 전자가 더 우세한 모양새다. 최근 밸럿 셀피 금지는 정치적 의사표시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이라고 판단한 미국 보스턴 항소 순회 재판소의 산드라 린치 판사는 1957년 미 연방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이런 말을 했다.
“돼지 구워먹으려다 집 태우는 꼴이다.” /김영준인턴기자 gogunda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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