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팸플링은 7일(한국시간) 끝난 슈라이너스아동병원 오픈에 출전할 수 없는 처지였다. 올해부터 일정이 11월로 미뤄진 이 대회는 일몰 시간 때문에 출전선수를 144명에서 132명으로 줄이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반전이 시작됐다. PGA 투어가 실수로 이 같은 사실을 주최 측에 알리지 않았고 하는 수 없이 144명으로 치르기로 한 것. 팸플링은 바로 대회에 나오지 못할 뻔했던 12명 중 한 명이었다. 지난 시즌 18개 대회에서 9차례나 컷오프되며 부진했던 그는 2부 투어 플레이오프 격인 파이널 대회를 통해 2016-2017시즌 투어 잔류에 성공했지만 출전 우선권에서는 후순위였다.
백전노장은 행운의 출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팸플링은 이날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서머린TPC(파71·7,243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8개와 보기 2개로 6언더파 65타(최종합계 20언더파 264타)를 쳐 브룩스 켑카(미국·18언더파)를 2타 차로 제쳤다.
1994년 프로로 데뷔한 팸플링은 2003년 디 인터내셔널과 2006년 3월 베이힐 인비테이셔널(현 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했지만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세계랭킹도 451위까지 떨어진 그는 10년 넘는 기다림 끝에 감격적인 세 번째 우승컵을 수확하며 잊혀져가던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118만8,000달러(약 13억5,700만원)에 이르는 거액의 상금과 함께 2년 간의 투어 출전권이라는 풍성한 소득을 올렸다. 내년 4월에는 2007년 이후 발길을 끊어야 했던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무대도 10년 만에 다시 밟게 됐다.
첫날 60타의 맹타를 휘두른 팸플링은 이날 선두 루카스 글로버(미국)에 1타 뒤진 공동 2위로 출발했다. 공동 선두로 우승 다툼을 벌이던 16번홀(파5) 파 세이브가 승리의 열쇠가 됐다. 깊은 러프를 전전하다 세 번째 샷 만에 볼을 페어웨이에 올린 그는 110m 가량을 남기고 친 네 번째 샷을 1.8m에 붙인 뒤 파 퍼트를 성공시켜 위기를 넘겼다. 이후 경쟁자들이 타수를 잃은 반면 팸플링은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10m 가까운 버디 퍼트를 집어넣고 환호했다. 아내가 심리학자인 팸플링은 “세 번째 우승까지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며 “아직 젊은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노승열(25·나이키골프)은 1타를 줄여 공동 48위(7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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