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약품 제조업체 코미팜이 말벌 독을 이용한 차세대 동물용 백신 상용화에 나섰다. 백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병원균을 죽이거나 활동성을 크게 낮춰야 하는데 이를 위해 포르말린이나 페놀 같은 화학약품을 주로 써왔다. 코미팜의 도전은 화학약품을 말벌 독으로 대체한 친환경 백신을 만드는 것이다.
1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코미팜은 이달 중 국립생물자원관과 협약을 맺고 말벌 독을 활용한 동물용 백신 상업화를 시작한다.
코미팜이 사용하려는 것은 자생 말벌 독에 들어있는 ‘마스토파란-V1’이라는 성분이다. 앞서 전북대와 생물자원관이 살모넬라균을 대상으로 ‘마스토파란-V1’을 적용한 백신을 만들어 쥐에 접종한 결과 백신을 맞은 쥐가 그렇지 않은 쥐보다 면역력 및 생존율이 더 높았다. 화학약품으로 백신을 만들 경우 약품의 강한 성분 탓에 병원균에 변이가 생겨 예방접종을 하더라도 면역활성율이 낮은 단점이 있었다. 이 때문에 알루미늄염 같은 별도의 면역 증강제가 필요했다. 게다가 포르말린과 페놀은 일급 발암물질에 속한다. 하지만 말벌 독을 쓰면 이 같은 문제가 사라진다.
코미팜 측은 말벌 독을 이용한 동물용 백신을 닭이나 돼지 등에 적용할 예정이다. 이르면 내년부터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기존의 화학약품보다 말벌 독이 경제성도 더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말벌 독의 화학성분을 분석해 동일한 물질을 만들어 대량 생산하면 되기 때문이다.
동물용 백신 세계 시장은 지난 2014년 기준으로 약 6조원으로 이 가운데 국내 시장은 2,000억원가량 된다. 업계에서는 말벌 독을 이용한 동물용 백신의 상업화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사람용 백신에도 이를 응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보고 있다. 인체용 백신시장은 59조원에 달한다.
바이오 업계의 관계자는 “유해물질 우려가 없는 친환경 백신으로 글로벌 동물 백신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라며 “닭이나 돼지 같은 경제동물과 반려동물 시장을 감안하면 동물용 백신 시장은 새로운 블루오션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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