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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 앞도 안 보이는데..." 재계, 내년 경영계획 비상

수립 늦추고 긴축기조 유지





내년도 경영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전자·자동차·석유화학 등 주요 업종의 3·4분기 실적이 급락한 가운데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국내 정치 불안과 미국 대선과 금리 인상 등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환율과 유가 등 경영계획의 기준지표마저 설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당수 기업이 경영계획 수립을 최대한 늦추고 있으며 그나마 설정에 들어간 기업들은 비용을 최대한 절감하는 긴축기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들은 특히 ‘김영란법’에 ‘최순실 게이트’까지 이어지면서 정부 당국의 내년 정책기조를 가늠해야 할 대관업무마저 올스톱돼 사업전략 마련도 힘겨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을 비롯한 10대그룹 대부분이 실적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환율·유가 예측부터 애를 먹고 있다. 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국내 대기업들은 대체로 그룹 전략본부에서 환율과 유가의 예상 밴드를 설정하면 이를 바탕으로 내년도 매출과 영업이익 목표를 추산한다. 하지만 올해는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주요 기업 재무담당자들은 토로했다. 10대그룹 한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금리를 보면 연내 한 차례는 반드시 인상할 것으로 판단해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금리 인상 이후 (시장의 일반적 예측처럼) 달러가 강세를 보일지는 따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계열사별로 구본무 회장이 직접 참관하는 업적보고회를 진행 중인 LG그룹의 경우 달러당 1,100원대로 환율 예측치를 설정했지만 미 대선과 연말 금리 향방에 따라 수정작업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로 눈을 돌려보면 정치지형 재편으로 법인세 인상 같은 ‘폭탄’이 터질 수도 있다는 게 기업들의 우려다.



이 때문에 경영계획 작성도 지연되고 있다. 갤럭시노트7 단종이라는 초대형 악재를 맞은 삼성전자에서는 통상 11월 중 마무리되는 내년도 경영계획 초안 확정이 다음달로 밀릴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경영환경이 ‘깜깜이’ 상태에 빠지면서 기업들은 일단 허리띠를 졸라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최근 사업부별로 내년 예산안을 취합한 A사의 경우 재경팀이 “원점에서 예산을 다시 짜오라”는 지시를 내려 비상이 걸렸다.

기업들은 다만 신성장동력으로 분류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과감한 투자로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연구개발(R&D)에 나설 방침이다. /서일범·강도원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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