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제가 먼저 걸어 가겠습니다.”
최태원 SK그룹의 ‘새 판 짜기’ 의지가 담긴 강연 영상이 1일 SK 전 계열사에서 사내방송을 통해 방영됐다. 최 회장은 그동안 계열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틈날 때마다 고강도 쇄신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예년과 비교해도 더욱 단호한 변화의 의지가 읽힌다는 게 SK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SK는 이날 방송을 통해 최 회장이 지난달 경기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실시한 테드(TED) 방식의 강연을 40여개 관계사 6만5,000여명의 임직원들에게 내보냈다.
최 회장은 “등산은 길이 끝나는 곳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가면 그게 새로운 길이 된다”는 영국 등반가 앨버트 머머리의 발언을 인용해 구성원들에 더욱 강한 패기와 도전정신을 주문했다.
머머리는 가이드를 앞세워 쉬운 코스를 찾아 정상에 오르기만 하면 된다는 등정주의(登頂主義)에 반발해 어려운 루트를 직접 개척해 역경을 극복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는 ‘머머리즘’을 주창한 등반가로 잘 알려져 있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이 이번 CEO 세미나에서 ‘워룸’ 설치를 주문할 정도로 강한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며 “이번 강연에서도 도전을 통한 위기 극복이 주요 주제로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이어 SK그룹의 ‘경영헌법’이라고 볼 수 있는 SKMS(SK경영관리체계)의 개정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SKMS는 최 회장의 선친인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주도해 정립한 경영원칙으로 지난 1979년 이후 10여 차례의 크고 작은 개정을 거쳤다.
최 회장은 “SKMS는 유기체처럼 지속적 변화가 필요하고 옳고 그름을 논하기보다 믿고 실천하는 신념이 돼야 한다”며 “기존 80페이지 분량인 SKMS를 20페이지로 줄여 핵심만 담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보통 그룹은 지분과 주식 관계로 형성돼 있지만 SKMS는 기업 문화와 브랜드를 공유한다면 하나의 그룹으로 본다”며 “우리 기업문화와 브랜드가 진짜로 좋아서 지분관계가 없이도 SK그룹이 되겠다고 할 정도가 될 수 있도록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것이 제가 지향하는 그룹의 운영 방향이자 SKMS의 발전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방송을 시청한 SK의 한 직원은 “최 회장이 ‘패기 있는 구성원이 더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한만큼 연말 인사 및 조직 개편에서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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