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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겸 가수로 활동하다 음악 접고 사업가로 변신
타사 가수 인큐베이팅 주력… 印尼 등에 양성기술 수출
中 자본과 협업 적극 추진
올 첫 벤처캐피털 투자 유치… 2년후 코스닥 상장 계획도
2004년 '설마 될까'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보컬 연습실 렌털 사업. 당시 총 자본금은 1,700만원. 홍보 방법은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 홍보 예산은 0원. 확신 없이 시작한 보컬 개인 연습실 대여 사업이 작은 기적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연습실을 빌리려는 가수 지망생들이 줄을 서는 등 장사진을 이룬 것. 이렇게 3년간 사업이 잘돼 몇 억이 벌렸고 이는 음악학원을 개원하는 자금이 됐다. 음악학원 역시 잘돼 마침내 2010년에 레인보우브릿지 에이전시를 설립하는 창업자금이 됐다. 그리고 올해 2월 WA엔터테인먼트와 합병하면서 RBW(Rinbowbridge World)로 사명을 변경했다.
RBW는 올해 가장 주목받는 걸그룹 중 하나인 마마무(MAMAMOO)·베이식· 에스나·양파 등의 소속사로 연예 매니지먼트 사업 외에 음원 및 방송 프로그램 등 K팝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사로 도약 중이다. RBW의 사업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타사 및 해외 아티스트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SM엔터테인먼트 등이 자사 아티스트만을 육성하는 데 비해 RBW는 타사 및 해외 아티스트들을 양성하고 있다. 즉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아티스트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 타사 소속 가수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RBW에서 만들어진 아티스트들을 우리가 만나고 있는 것이다.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벤처기업인증을 받는 등 기존 엔터사와는 다르게 벤처 색채가 강한 RBW. 그러나 김진우 RBW 대표이사가 처음부터 벤처 사업가를 꿈꾸고 정진했던 것은 아니다.
김 대표는 사업가와는 거리가 먼 작곡가 겸 가수로 활동했다. 음악을 접고 사업가로 변신한 계기는 그의 자존심에 상처를 낸 고등학교 친구의 말 한마디였다. "스물 일곱 여덟살 즈음 10년 만에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는데 저보다 공부도 못하던 녀석이 저한테 대뜸 '너는 음악 같은 걸 뭘 아직까지 하고 있냐'라고 하더라구요. 그 친구는 증권사에 다니고 있었어요.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났는데 그 자리에서는 아무 말도 못했어요. 당시에 한 달에 몇 십만원 소위 '열정페이'를 받고 일하던 때였죠. 그리고 집에 와서 고민 많이 했어요. 사실 말이 고민이지 소주 마시고 울고 그랬어요(웃음).
당시 장나라 등 앨범 수록곡을 작곡하기도 했지만 히트곡은 없었고 노래도 부르고 코러스도 했지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어요. 나는 어설프게 음악을 잘하는 것이구나라고 깨닫던 시점이랑 맞물려 그 친구를 만났으니 상처와 충격이 더 컸겠죠. 그런데 그날이 사업가의 길을 가게 된 계기가 된 거죠."
이때부터 김 대표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과거의 나를 돌아보기 위해 찾은 20세 때 썼던 일기장에서 발견한 두 개의 꿈. 첫번째 꿈은 '프로 뮤지션', 두번째는 '벤처 사업가'. 그는 사업은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일기장을 보고 상당히 놀랐었다고. 일기장을 보고 나서 휴대폰을 보니 10년 가까이 음악을 했기 때문에 휴대폰에 저장된 네트워크는 모두 '음악' 관련 인맥이었다.
그는 첫번째 꿈을 접기로 했으니 두번째 꿈과 지난 10년의 자취이자 성과인 음악 네트워크를 활용해 새로운 일을 해보자고 결심했다. "일기장에 적었던 벤처 사업가는 기억도 나지 않는데, 제가 발명하고 창작하는 것을 좋아해 벤처 사업가라고 꿈을 적었던 것 같아요. 회사를 만들더라도 남들과 조금 다른 그런 벤처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타사 아티스트를 RBW라는 '인큐베이터'에서 키워내는 사업을 하면 어떨까 생각하게 된 거죠. 작곡도 하고 노래도 하면서 가수 지망생들의 장단점을 파악해내는 능력이 생긴 것 같아요."
김 대표는 RBW를 화장품 OEM·ODM(제조업자개발생산) 회사 한국콜마에 비유했다. "한국콜마가 화장품을 만들지만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상표가 붙어서 판매되잖아요. 저희 RBW도 비슷한 개념의 회사에요. 아티스트 발굴부터 시작해 데뷔까지 시킬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일부를 외주를 받아서 아티스트를 만들어내는 거죠." 10년 동안 음악생활을 하면서 음악 시장의 니즈가 이미 머릿속에 입력됐을 것이고 이것과 김 대표의 발명·창작정신의 결합이 RBW가 OEM 방식 아티스트 양성 등 독특한 사업을 영위하며 종합 엔터테인먼트사로 성장하고 있는 비결일 것이다.
그동안은 국내 타사 아티스트를 OEM으로 양성해왔지만 최근에는 글로벌 시장으로 그 영역을 확대했다. 중국과 베트남은 합자법인, 태국·일본·인도네시아와는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러한 협력 관계를 통해 RBW는 K팝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 및 관련 뮤직 비즈니스 사업을 펼친다는 전략이다. RBW는 이미 지난 2012년 '갤럭시 슈퍼스타'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제작했다. "한국 아티스트의 캐스팅·프로듀싱·마케팅 등을 하면서 노하우가 쌓이니까 한국에서보다 해외에서 수익을 더 낼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인도네시아·중국·베트남 등에 OEM 방식 아티스트 양성 기술을 수출했어요. 저희만의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방송 포맷의 형태로 개발한 '갤럭시 슈퍼스타'가 인도네시아에서 잘 돼서 이제 베트남·중국·태국에서 해보려고 진행 중이에요."
또 베트남 법인에서는 네이버의 V앱 콘텐츠 제작 대행을 하고 있다. V앱에 들어갈 베트남 현지 셀러브리티(유명인사) 섭외부터 콘텐츠 제작까지 맡게 된 것. 베트남 호찌민 법인에는 현재 직원 6명이 파견돼 있다. 중국과 태국에서 함께 일할 파트너를 찾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태국에서는 방송 제작 계획을 하고 있는데 현지에서 조인트벤처를 만들어 현지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처음으로 벤처캐피털 업계로부터 투자자금도 유치했다. KTB네트워크·한국투자파트너스·포스코기술투자·NHN인베스트먼트 등 벤처캐피털 4곳으로부터 70억원을 투자 받은 것. 업체마다 투자 조건이 같은 '클럽딜(club deal)' 형태다. 내년에도 2차 투자 자금을 유치할 예정이며 코스닥 상장에 대한 계획도 있다. 김 대표는 "상장은 사업을 하는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내후년 정도에 좋은 기회가 되면 상장도 생각하고 있어요. 서둘러서 하면 상장을 할 수도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급할 필요는 없고 신중해야지요."
최근 SM엔터·에프엔씨엔터·YG엔터·레드로버·뉴(NEW) 등 엔터사들이 잇달아 중국 자본과 손을 잡고 있다. RBW도 중국 자본과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김 대표는 "우리 자본만으로 중국에서 성공할 수 없고 중국 파트너와 연대해야 성공할 수 있다"며 "순수 우리만 고집하면 현지에서 깨질 수밖에 없어 중국 피가 흐르는 자본과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국 규제를 피하고 안정적으로 성공하려면 어쩔 수 없고 중국과 같이 돈을 버는 구조로 가야 한다"며 "중국 사업은 굉장히 검토를 많이 하고 있고 미팅도 계속해서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RBW도 중국 자본으로부터 매각 등 제의를 받기도 했다. 김 대표는 '헐값'에 사려고 해서 팔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4·4분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지만 RBW는 올해 매출액 8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올 초까지만 해도 80억원 달성을 기대하지 못했지만 예상 밖으로 신인 마마무가 성공하면서 실적이 급증한 것. 올해의 선전을 발판 삼아 내년 매출액 목표를 150억원 정도로 설정했다. 김 대표는 "내년 실적이 200억원까지 나오면 정말 저희 회사는 소위 말해서 '날아가는' 것"이라며 "목표치를 달성하면 중국으로부터 커다란 자금 유치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연승기자 yeonvic@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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