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과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법(김영란법)시행으로 생겨난 신조어가 ‘란파라치(김영란법+파파라치)’입니다. 사실상 전 국민의 접대 관행이 법 위반 대상이 되는 데다 최대 30억 원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란파라치 학원이 생겼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란파라치 학원에 가서 제대로 배우면 정말 인생역전이 가능할까요.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 일대 등에는 실제 란파라치 학원 20여 곳이 성업 중입니다. 강사는 “사진증거를 남길 때 축의금 등에 적은 -2 등의 암호는 20만 원이다”라는 등 증거를 확보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데 공을 들입니다. 처음엔 반신반의하던 수강생들도 건당 2억~30억 원 한다는 김영란법 보상·포상금 규정을 알고 나면 더욱 열의를 불태웁니다.
이론상으로 김영란 법 신고자에 국가가 지급하는 보상과 포상 규정은 다른 법과 비교해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특히 김영란 법 신고로 인해 국가의 탈세를 막았거나 부당이득 환수,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했다면 국가로 들어온 이익의 최대 20%는 신고자에 주도록 한 보상 규정은 엄청난 유인이 되겠죠. 이 규정은 아직도 공공연히 이뤄지는 세무비리, 건설비리 등을 고려해 만든 규정이라고 합니다. 그 밖에 금품을 받은 공직자가 스스로 신고하거나 신고로 인해 과태료 등 처벌이 이뤄진 경우에는 2억 원 한도로 포상금을 지급합니다. 보상금이나 포상금은 원천징수로 떼어가는 세금도 없어 웬만한 로또 1등보다 낫다는 게 김영란 법을 주관하는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의 농담 섞인 말입니다.
그렇다면 권익위에서 실제 거액의 보상금이나 포상금을 준 사례가 있을까요. 지난해 7월 역대 최대 보상금인 11억 6,000만 원이 지급됐습니다.
권익위는 지난 2007년 한국전력에 납품하던 업체가 수입 면장을 허위로 작성해 원가를 부풀린 사실을 신고한 A씨에게 관련 규정에 따라 신고보상금 11억 6백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A 씨의 신고에 따라 검찰이 수사해 보니 신고 내용이 모두 사실로 확인돼 한국 전력은 A 업체로부터 263억여 원을 환수할 수 있었습니다.
권익위는 환수금액이 40억 원을 초과할 경우 기본 3억4,600만 원에, 40억 원을 초과한 금액의 4%를 더해 보상금을 지급합니다.
그러나 정작 란파라치가 이 같은 거액 보상금의 혜택을 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입니다. 거액의 보상금을 받기 위해서는 내부 제보가 아니고서는 제대로 된 증거를 제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올해 책정한 권익위의 보상·포상 예산이 23억원에 불과한 것도 변수입니다. 이 예산은 김영란법 이외에 모든 부패신고자에 지급하는 돈이어서 넉넉한 편은 아닙니다. 권익위는 신고 내용만 제대로라면 환수한 부당이득에서 떼거나 다른 예산을 끌어쓰더라도 제보자에 보상할 계획이라고는 했습니다. 그러나 란파라치는 고액의 보상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오히려 정확한 증거가 없거나 잘못된 사실임을 알 수 있었는데도 신고한 경우 무고죄나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의도를 가지고 특정인에게 피해를 입히기 위해 투서하는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겠습니다.
/세종=임세원기자 wh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