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디젤차량 배출가스 조작으로 국제적 파문을 일으킨 독일 폭스바겐을 상대로 국제 손해배상소송에 나섰다. 지난 8월 독일 지방법원이 이번 사태로 주가폭락의 피해를 당한 투자자들의 집단소송을 허용한 후 국내 기관투자가가 나선 첫 행동이어서 주목된다. 29일 금융투자(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법률대리인을 통해 폭스바겐 본사가 위치한 볼프스부르크 인근의 브라운슈바이크 지방법원에 배출가스 조작으로 주식투자 손실을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국민연금은 유사 피해를 당한 복수의 해외 기관투자가들과 공동으로 소송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손해배상 금액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2015년 9월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 이후 독일증시에 상장된 폭스바겐 주가가 반 토막 난 뒤 아직 회복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의 소송 규모는 최대 100억원 이상 될 것으로 추산된다. 2015년 말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투자종목(위탁) 내역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폭스바겐 우선주(Volkswagen AG Pref)에 267억원(지분율 0.04%)을 투자하고 있다. 이는 같은 기간 국민연금이 투자한 해외주식 2,898종목 가운데 금액 기준으로 602위에 해당한다.
앞서 폭스바겐의 4대 주주인 노르웨이 국부펀드와 세계 5위 연기금인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도 독일 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태다. 이에 브라운슈바이크 지방법원은 8월 투자자들의 폭스바겐 관련 집단소송을 승인했다. 대부분 유럽처럼 독일은 특정 소송을 대표로 진행한 뒤 나머지 같은 사안의 소송들에 대해 대표소송의 판결을 적용한다.
/서민우·박호현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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