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한국거래소의 새 이사장 선임을 앞두고 ‘금피아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2일 후보 공모를 마쳤을 뿐이지만 시장에서는 금융위원회 고위관료 출신 내정설이 파다하다. 연임 도전에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최경수 현 이사장이 돌연 공모에 응하지 않으면서 금피아 ‘내려 꽂기’ 가능성에 무게가 더욱 실리는 모양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다음 주 서류 심사와 면접 등을 거쳐 오는 30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새 이사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이번 공모에는 정찬우(사진)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 다수가 응모한 가운데 정 전 부위원장의 이사장 낙점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금융연구원에서 서민금융을 연구한 정찬우 전 부위원장은 강석훈 청와대 경제수석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진과 소통되는 몇 안 되는 박근혜 정부 전직 관료로 통한다. 이런 덕분에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새누리당 비례대표를 희망했으나 비박계 중진 의원들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친정인 금융연구원으로 되돌아갔다. 그는 부위원장 시절 “임기 3년을 다 채우겠다”고 장담했으나 불과 2개월을 남겨두고 정은보 당시 기획재정부 차관보에 바통을 넘겨 줬다. 부위원장 시절 거침없는 언행으로 구설수에 곧잘 오르기도 했다.
금융권에서는 그의 친정 복귀 당시 현 정부에서 ‘연구원’으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조만간 임기 만료되는 권선주 기업은행장 후임으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곤 했다.
거래소 노조는 찍어 내리기 식 낙하산 인사로 규정할 태세다. 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관치(官治)에 기생하며 인맥으로 정치권에 줄을 대다 운 좋게 금융관료로 입성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단 2주 만에 결정 나는 공모(公募)’는 막장 낙하산 ‘공모(共謀)’ 드라마”라고 꼬집었다. /김현상·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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