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최측근이자 대를 이어 롯데가의 2인자 역할을 해온 이인원(69·사진) 롯데 정책본부장(부회장)이 검찰 소환조사를 앞둔 26일 오전7시11분께 경기 양평군 북한강변 도로 인근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목을 맨 흔적 외에 특별한 외상이 발견되지 않은 점과 사건 현장에 주차된 차량에서 A4용지 4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된 점 등을 들어 이 부회장이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유서에서 “롯데그룹에 비자금은 없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먼저 가서 미안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신동빈 회장은 훌륭한 사람”이라고 언급해 끝까지 조직과 신 회장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족들에게는 “힘들었을 텐데 먼저 가서 미안하다”는 유언을 남겼다. 유족의 반대로 유언 전문은 공개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날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진행한 부검에서 사인은 전형적인 목맴사로 밝혀졌으며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롯데그룹은 ‘정신적 지주’였던 이 부회장의 사망 소식으로 큰 충격에 휩싸였다. 신동빈 회장은 이날 오전8시께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집무실로 출근한 직후 이 부회장의 자살 소식을 보고받고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비통해했다고 롯데그룹 관계자가 전했다. 롯데그룹은 “평생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롯데의 기틀을 마련한 이 부회장이 고인이 됐다는 사실을 믿기 어렵다”며 침통한 심정을 밝혔다.
롯데 비자금 조성 의혹의 핵심 단서를 쥔 이 부회장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검찰의 롯데 수사는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에게 대를 이어 신임을 받으며 롯데 경영을 최일선에서 이끌었던 실세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 소환조사가 마무리되면 석달가량 끌어온 롯데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자살로 검찰 수사방향도 전면 재조정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예상치 못한 자살 소식에 당황하는 분위기다. 검찰 관계자는 “진심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수사일정 재검토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르면 다음주 신동빈 회장을 소환하려 했지만 이 부회장의 자살로 오너 일가의 소환일정을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양평=최성욱기자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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