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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수요일] 여름 끝물

- 문성해 作

1715A35 시로




여문 씨앗들을 품은 호박 옆구리가 굵어지고

매미들 날개가 너덜거리고

쌍쌍이 묶인 잠자리들이 저릿저릿 날아다닌다

얽은 자두를 먹던 어미는 씨앗에 이가 닿았는지 진저리치고



알을 품은 사마귀들이 뒤뚱거리며 벽에 오른다

목백일홍이 붉게 타오르는 수돗가에서

끝물인 아비가 늙은 오이 한 개를 따와서 씻고 있다

아침 이슬 털며 찾은 맏물 오이가 기쁨의 탄성을 자아낸다면, 저녁 서리 속 따낸 작고 꼬부라진 끝물 오이가 풍기는 것은 쓸쓸함이다. 비록 씨앗 속 유전자는 내일을 품고 있지만 그것을 생산한 어미의 생애는 저물어 어제가 될 것이다. 끝물을 내놓은 것들은 옆구리가 굵어지고, 날개가 너덜거리고, 온몸이 저릿저릿하고, 이가 시리고, 걸음 뒤뚱거리게 된다. 저 시의 마지막 구절을 고쳐 읽어도 쓸쓸함은 가시지 않는다. ‘늙은 아비가 끝물 오이 한 개를 따와서 씻고 있다’고.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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