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마주치다가도 (흉터를 의식해) 눈을 피하는 것 같아요.”
“대화하다가 끊길 때마다 ‘내 흉터를 보고 있어 할 말이 없나’ 생각했어요.”
상대방의 외모나 분위기 등으로 첫인상이 자리 잡고 호감도가 결정되는 소개팅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는 쌍꺼풀, 홍조가 진한 볼, 넓은 모공 등 스스로 작은 결점들을 의식하게 된다. 오히려 얼굴에 커다란 흉터가 있는 채 소개팅에 나서는 것은 어떨까.
심리학 콘텐츠 전문 채널인 ‘마인드 스파이’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얼굴에 커다란 흉터가 있다고 믿게 하고 소개팅에 나가 이성과 대화를 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진짜 같은 길이 5㎝ 이상의 흉터를 이마나 볼 근처에 잘 보이게 그려넣었다.
소개팅에 나선 참가자들은 메이크업으로 그려넣은 흉터가 실제 흉터가 아닌데도 급격하게 위축됐다. 상대방이 흉터가 있는 쪽에 눈길을 보내면 어떻게 대화 주제를 돌릴지 고민했다. 상대방이 ‘저 궁금한 것이 있는데요’라고 묻는 순간 흉터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머리가 하얘져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기도 했다. 상대방의 궁금한 점은 막상 흉터가 아니라 어디 사는지, 취미는 무엇인지였다.
소개팅이 끝나자 실험자는 거울을 주고 참가자들의 얼굴 흉터를 다시 확인하게 했다. 거울을 본 참가자들은 반전에 아연실색했다. 다시 보니 얼굴에 상처가 없었던 것.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참가자도 있었다.
참가자들이 소개팅을 하며 안절부절못한 이유는 스스로의 마음속에 있었다. 흉터 메이크업은 이미 지워졌는데도 참가자들의 마음속에는 이미 얼굴의 흉터가 실제가 돼버렸기 때문에 일종의 ‘자기 충족적 예언(어떤 상황을 실제라고 생각하면 상상이 실제로 느껴지는 것)’이 된 것. 우리도 작은 결점을 진짜 결점으로 믿고 매일 자기 충족적 예언을 하며 스스로를 작아지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만든다. 해당 영상은 유튜브 마인드스파이 채널(www.youtube.com/channel/UCgW4JOmJtRrsBEK-EI3yj_w)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채널에는 심리학 실험뿐 아니라 영화 속 심리학 등 다양한 심리학 콘텐츠가 마련돼 있다. /정혜진기자 made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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