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 홍대 근처 ‘방 탈출 카페’ 안으로 대여섯 명의 직장인들이 들어갔다. 스타트업인 ‘비브로스’의 마케팅 팀원들이다. 회식 후 2차로 ‘방 탈출 카페’를 찾은 것. 보통 회식 후 2차로 맥주집에 가는 게 일반적이지만 비브로스 직원들은 방 탈출 카페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방 탈출 방법을 고민하면서 팀워크를 다진다.
비브로스의 자유로운 기업 문화가 스타트업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비브로스 직원들은 슬리퍼를 벗은 채 의자에 누워 음악을 들으며 일한다. 팀장의 별명을 부르기도 한다. 잠깐 눈을 붙인 임원에게 계속 주무시라는 의미로 제사지내는 시늉을 하며 장난도 친다. 점심은 서울 역삼역 주변 식당에서 각자 입맛대로 자유롭게 먹을 수 있다. 회사에서 식당과 제휴를 체결해 따로 식대가 들지 않고 간식은 무한으로 제공된다.
20일 서울 강남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 만난 송용범 비브로스 대표는 “자유로운 회사 분위기를 만들어 주면 구성원들이 잠재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다”며 “즐거운 회사 생활 속에서 하나로 뭉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회사의 성과로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창업하기 전 보수적이고 경직된 문화 속에서 회사를 다녔던 송 대표는 창업 후 ‘집 같은 회사’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도 나름대로의 질서는 있다. 팀별로 6개월 단위의 목표를 정하고 수행해야 한다. 수행해 낸 과정에 따라 인사평가가 이뤄지고 연봉을 재협상하게 된다.
이 같은 문화를 유지하기 위해 비용은 더 들지만 송 대표와 임원들은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철학을 공유하며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고 있다. 무조건 비용을 아끼기보다 투자를 통해 서로가 같은 목표를 갖고 함께 달리면 회사가 성장한다는 생각때문이다. 송 대표는 연봉을 협상할 때 직원에게 ‘정말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연봉’ 수준을 묻는다. 그는 “모든 것은 사람이 함께 하는 일이기 때문에 회사가 크려면 어느 정도 직원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이익을 나눠야 한다”며 “적은 돈을 아끼려다가 직원의 열정과 조직에 대한 애정이 식어버리면 오히려 손해”라고 설명했다. 아무리 바빠도 채용 면접에 송 대표가 직접 들어가는 이유다.
자율적이고 편한 분위기의 비브로스에서도 절대 허용되지 않는 하나는 ‘거짓말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일에든 동료와의 관계에서든 누군가가 거짓말을 하면 조직의 분위기가 망가지기 쉽다는 판단에서다. 채용 면접에서도 진실성을 가장 높게 평가한다.
특별한 기업문화 덕분에 비브로스의 식구는 창업 2년 만에 31명으로 늘었다. 송 대표는 회사 벽에 걸려 있는 슬로건을 가리켰다. ‘잘안다, 잘한다, 자란다’는 글귀였다. 업무 뿐만 아니라 서로를 잘 알아 즐거운 생활 속에서 맡은 역할을 잘해낼 때 회사도 직원도 성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송 대표는 “돈만 많이 버는 회사가 아니라 직원 모두가 행복한 회사를 만들 것”이라며 “또 우리가 하는 매 순간의 일들이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진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비브로스는 의료건강 서비스 앱인 ‘똑닥’을 개발해 현재 약 280개의 병원과 제휴를 맺고 병원 위치와 진료시간, 진료과목, 각종 질환에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가까운 병원이나 진료 잘 보는 병원, 질환 증상 등을 일일이 찾지 않고 앱 하나로 한번에 볼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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