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피 장세가 이어지며 채권형 펀드들이 대거 공룡펀드(설정액 1조원이상)에 이름을 올렸다. 혼란스러운 증시 환경에 중립형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상품에 자금이 몰린 탓이다.
17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운용 설정액 1조원 이상 공룡펀드(ELF·MMF 제외한 국내외 공모펀드 기준) 19개 중 7개가 채권·채권혼합형으로 나타났다. 2011년 이후 작년까지 공룡펀드는 주식형이 대다수를 차지했고, 채권형은 1~2개에 불과했다. 특히 7개 펀드 중 ‘한화단기국공채’, ‘KB퇴직연금배당40자’, ‘KB가치배당40자’, ‘삼성코리아단기채권자’, ‘삼성KODEX단기채권PLUS 상장지수펀드(ETF)’ 등 5개는 올 들어 처음으로 공룡펀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채권형 펀드에 돈이 몰리는 이유는 올 들어 증시 변동성으로 안전 선호 현상이 심화 됐기 때문이다. 문수현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눈높이를 낮춘 중수익 상품에 자금이 몰렸다”며 “고수익과 안정수익 추구 상품의 수익률 역전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연초 후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부진한 반면 채권·채권혼합형 펀드 7개는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미래에셋글로벌다이나믹1(채권)A’ 펀드의 수익률이 연초 후 11일 기준 5.67%로 19개 공룡펀드 중 가장 높았다.
안전제일 투자 분위기는 공룡펀드 명단에서 액티브 펀드도 밀어내고 있다. 대표적인 패시브펀드인 ETF는 지난 2013년 처음으로 공룡펀드에 합류한 후 현재 6개로 늘어났다. 특히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 위주로 설정액이 증가하다 최근 채권형 상품인 ‘삼성KODEX단기채권’과 ‘삼성KODEX단기채권PLUS’가 추가로 공룡펀드에 진입했다.
한편 주식형펀드 중에서는 ‘한국투자네비게이터1’과 ‘교보악사파워인덱스1’,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2’펀드가 지난 2011년부터 매년 꾸준히 공룡펀드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국투자네비게이터 펀드는 1조 공룡펀드 중 유일하게 대형주에 투자하는 펀드다. 2006년부터 지금까지 박현준 코어운용본부 상무가 펀드 운용을 책임지고 있으며 11일 기준 최근 3년 수익률 18.28%를 기록하고 있다.
‘신영밸류고배당자’펀드는 2014년 처음 등장해 현재 가장 규모가 큰 펀드로 성장했다. 11일 기준 운용 설정액은 3조601억원으로 2위인 ‘한화단기국공채’ 1조9,449억원과도 격차가 크다. 배당수익률이 높은 고배당주와 전통적 가치주에 주로 투자하며 최근 3년 수익률은 28.33%에 달한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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