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를 위한 정관 개정을 빠르면 오는 7월 초, 늦어도 7월 말까지는 끝마치겠습니다.”
23일 취임 후 첫 공식 기자회견을 연 김동호 신임 부산국제영화제(BIFF) 조직위원장은 “영화인들이, 그리고 영화제가 원하는 내용의 정관 개정을 늦어도 7월 말까지는 끝마칠 계획이니 믿어달라”는 말을 거듭 반복했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 개인 또는 단체가 영화제에 지원해주더라도 영화제 운영에는 관여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정관에 못 박을 것”이라며 “작품을 선정하고 게스트를 초청하는 일은 프로그래머의 고유 권한이므로 조직위원장도 침해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넣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당초 내년 2월까지 마무리 짓기로 한 부국제 정관 개정 문제를 최대한 빨리 해결하겠다고 거듭 강조하는 이유는 올해 영화제의 개최 여부와 관련이 깊다. 지난 2014년 영화 ‘다이빙벨’ 상영으로 촉발된 부산시와 부산영화제 간의 갈등이 심화하는 과정에서 범영화인비대위 등 영화계의 주요 2개 단체는 부산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영화제 참석을 전면 거부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부산시와 부산영화제 측은 5월 영화제의 시작과 번영을 함께한 김 위원장을 첫 민간 조직위원장으로 선출함으로써 1년8개월간의 갈등을 일단락 지었지만 영화인들은 여전히 보이콧 선언을 거둬들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영화인들의 동참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미뤄둔 정관 개정을 영화제 전에 마무리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이날 자리에 함께한 강수연 부국제 집행위원장 역시 “영화제를 하지 않고 영화제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이대로는 한국영화 한 편 없는 영화제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국적 없는 영화제’가 되는 길만은 막아야 한다”고 영화계 인사들의 협조를 부탁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부국제 조직위원장으로의 포부도 밝혔다. 그는 “민간 조직위원장으로 지난 20년간 부국제가 일관되게 지켜온 독립성과 자율성, ‘지원은 받되 간섭은 받지 않겠다’는 정치적 중립성을 보다 선명하게 지켜나갈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재판받고 있는 이용관 전임 집행위원장과 최근 직위해제된 전양준 부위원장 등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김 위원장은 “나와 함께 부국제를 만들고 지난 20년간 세계적인 영화제로 이끌어온 분들이 이런 일을 겪는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선처가 있기를 바란다”며 “그분들이 어떤 형태로든 명예 회복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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