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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괴물, 토종기업 융단폭격]소송 70%가 정보통신·전자...국내 '간판기업' 쥐고 흔들어

승소한다해도 법적 다툼 자체가 기업엔 소모적

토종기업 1등 기술 줄어 피소 가능성 더 커져

기술융합 늘면서 車 등 제조분야로 전방위 확산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가전제품 매장에 삼성전자(사진 윗줄 오른쪽부터)와 애플, 화웨이의 스마트폰이 나란히 진열돼 있다. 최근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걸고 해외 특허괴물들이 국내 주요 기업에게 특허권 시비를 제기하면서 국가 주도의 정밀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블룸버그






삼성을 특허로 줄기차게 괴롭혔던 애플은 올 초 ‘특허괴물’ 버넷X에 걸려 참패했다. 미국 텍사스 연방지방법원이 애플이 버넷X 특허를 무단 사용했다며 무려 6억2,560만달러(약 7,400억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기 때문이다. 애플의 영상통화 기능인 ‘페이스타임’이 버넷X의 특허를 무단으로 도용했다는 게 판결 이유였다. ‘특허괴물’의 무서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과 현대자동차·LG전자·기아자동차 같은 국내 대기업을 상대로 ‘특허괴물’의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이 같은 점에서 우려를 자아낸다.

‘특허괴물’이 소송을 제기한다고 해서 무조건 지는 것도 아니고 패소하더라도 합리적인 배상을 할 수도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거액을 물어낼 가능성이 있는 탓이다. 특히 잦은 소송에 법률 대응 비용이 증가하고 개발부서의 피로도가 높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보아 넘길 문제가 아니라는 게 대기업 연구개발자들의 말이다.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애플에 이어 중국 화웨이에 의한 특허소송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특허괴물의 소송까지 겹치면 기업들 입장에서는 적지 않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재판에서 승소하더라도 일일이 대응 논리를 만들고 법적 다툼을 하는 것 자체가 소모적”이라고 전했다.

특히 ‘특허괴물’의 국내 기업 공격은 1차적으로 정보통신이나 전기전자 분야에 쏠려 있다. 국내 기업을 상대로 특허공격을 감행한 5대 ‘특허괴물’의 소송을 보면 이런 특성이 두드러진다. 앞서 화웨이도 삼성전자가 자사의 4세대 이동통신기술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처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의 분야가 전기전자와 스마트폰이나 휴대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정 부분 자연스럽기는 하지만 중국 기업이나 ‘특허괴물’이 치고 들어올 만큼 국내 기술에 빈틈이 많다는 뜻도 된다.



실제 지난해 국내 기업에 소송을 가장 많이 제기한 셀룰러커뮤니케이션스이큅먼트는 21건 가운데 정보통신이 20건이다. 나머지 1건은 전기전자 분야다. 어주어네트웍스도 정보통신에서만 8건의 소송을 걸었다. DSS테크놀로지매니지먼트는 전기전자에서만 7건이다. 이를 더하면 정보통신과 전기전자 분야에서만 36건의 특허소송이 있었던 셈이다. 이는 5대 ‘특허괴물’의 국내 기업 소송 가운데 69%를 차지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활성화되지는 못했지만 예전에는 와이브로처럼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갖고 있는 이동통신기술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갈수록 통신 분야에서 뒤처지고 있다”며 “화웨이만 해도 5세대 이동통신 분야에서 다량의 특허를 갖고 있어 앞으로도 국내 기업에 소송을 걸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최근에는 기계소재 부분도 많다. 인텔렉추얼캐피털컨설팅과 다이아몬드코팅테크놀로지스 두 업체 모두 기계소재 분야에서 국내 업체에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처럼 굴지의 글로벌 자동차 업체가 있는 만큼 차 보안 시스템 같은 데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스마트카처럼 융합기술이 더 발전하면 기존의 전기전자 업체뿐만 아니라 자동차를 비롯한 제조업체에 대한 특허괴물의 공격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카만 해도 사물인터넷(IoT)과의 접목이 필수고 각종 근거리 통신기술과 전자장치가 들어간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제조업체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특허에 범정부 차원의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를 ‘동북아 특허 소송허브’로 만드는 것도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국내 기업의 대응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특허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보통신 특허 및 기술이 쓰이는 제품이 많아지면서 예전과 달리 제조업체들도 ‘특허괴물’의 공격을 받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제조업체들도 특허관리 및 분쟁대응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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