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기능조정안은 크게 투트랙으로 요약된다. 하나는 △대한석탄공사의 단계적 정리 △에너지기초전력연구원과 한국전력 전력연구원의 통폐합 등에서 보듯 경영 효율화를 위한 조직개편이다.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에 메스를 대는 만큼 조직 슬림화에 방점이 찍혔다. 다른 하나는 공적 역할의 충실한 수행을 위한 자금 마련 등 재무구조 개선이다. △지역난방공사의 자본 확충 △에너지 신산업 투자 등을 겨냥한 발전 자회사 상장 등이 이에 속한다. 숱한 우여곡절 끝에 공공개혁이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만큼 향후 파장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정부가 정권 하반기로 접어든 상황에서 노조를 비롯해 지역 및 국회 반발을 무마하고 이번 안을 관철시킬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석탄공사가 폐광되는 등 이슈별로 이해 관계자의 집단행동과 민원이 빗발칠 가능성이 크다”며 “기능조정안이 확정되기는 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석탄공사 해체한다지만 부채 해결 등 현안도 산적=정부는 석탄공사를 순차적으로 정리하기로 했다. 오는 2018년 화순 탄광을 시작으로 2020년 장성, 2022년 도계까지 폐광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난관은 여전하다. 당장 석탄공사 정리를 위해서는 조 단위의 돈이 필요하다. 현재 석탄공사의 부채 규모는 1조5,000억원. 여기에 실업자가 되는 광부들의 퇴직금 처리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퇴직금으로 최소 5,000억원 이상이 필요해 석탄공사 정리에 총 2조원 이상이 투입돼야 한다. 부처 간 재원조달 방법을 놓고 갈등이 빚어질 공산이 크다.
해외 자원개발 기능도 조정됐다. 정부는 우선 한전의 해외 자원개발 기능을 없애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전은 호주 바이롱 등 9개 해외 광구 지분을 매각하게 된다. 또 가스공사만 할 수 있던 가스 직수입도 2025년부터 민간이 참여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초미의 관심사인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광물공사의 구체적 개편안은 빠졌다. 단지 해외 자원개발 기능을 축소한다는 원론적 수준의 방향만 담았다. 앞서 정부는 최근 가스공사와 석유공사의 합병 등 시나리오별 개편방안을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방안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그런 만큼 석유 및 광물공사의 개편안은 논의를 더 거친 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공기업, 상장과 증자 통해 종잣돈 마련=한전의 발전 자회사 5곳과 한국수력원자력·한전KDN·한전가스기술 등 8개 공기업은 공공이 51% 이상의 지분을 갖는 형태로 기업공개(IPO)가 추진된다. 정부는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 등 수익 상태가 양호한 올해가 상장 적기로 보고 있다. 특히 한전은 발전 자회사의 IPO를 통해 에너지 신산업, 신재생에너지 분야 등의 투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채 비율이 181.3%(지난해 말 기준)에 이르고 올해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도 2,000억원이나 되는 지역난방공사는 긴급자금이 수혈된다. 지역난방공사는 유상증자를 통해 1,700억원을 조달하게 된다. 정부는 아울러 지역난방기술 등 지역난방공사의 4개 자회사와 대한광물 등 광물공사의 6개 비핵심 자회사 지분도 처분하기로 했다. 이 밖에 한수원이 갖고 있던 발전용 댐관리 권한은 수자원공사로 넘어가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환경·교육, 민간 이양에 방점=환경 분야에서는 기상산업진흥원이 진행 중인 기상콜센터를 단계적으로 민간에 위탁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환경공단이 벌이고 있는 하수도 기술진단과 석면 슬레이트 처리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방안도 확정됐다. 정부는 일정 시설 규모 미만의 하수도 기술진단에 대해 공단의 참여를 금지할 계획이다. 국립생태원과 낙동강생물자원관·호남권생물자원관 등 현재 생태와 생물 분야로 나눠진 공공기관을 ‘생물다양성진흥원’으로 통합·설립할 계획이다.
교육 분야의 경우 해외전자정보 구매사업이 과학기술정보연구원으로, 대학재정정보 통합관리는 교육개발원으로 일원화된다. 이 밖에 정부는 사학진흥재단의 교직원 연수를 폐지하고 사학연금공단의 경영지원 인력을 축소해나갈 계획이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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