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던 우리나라는 60여년이 지난 지금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 됐다. 가슴 아픈 사실은 당시에 굶주리고 배고팠던 우리의 아버지·할아버지가 6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가난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 세대의 빈곤율은 49.6%로 34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압도적인 1위다. 특히 농촌은 고령농가의 평균 경영규모가 0.84㏊로, 77.5%는 연 1,000만원 미만의 수입으로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국민연금연구원이 발표한 적정 노후생활비 월192만원에 턱없이 부족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정부가 고령 농업인의 생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도록 돕기 위해 농지연금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농지는 있으나 별도의 소득원이 없는 고령 농업인이 소유농지를 담보로 사망할 때까지 매달 생활비를 연금으로 받고 사망하면 농지를 처분해 그동안 받았던 연금과 이자를 상환하는 역모기지론 형태의 노후생활 안정 지원제도다. 5년 이상 영농 경력을 가진 농업인으로서 가입자가 만 65세 이상이고 공부상 지목이 전·답·과수원으로 실제 영농을 하고 있는 토지면 신청 가능하다. 가입자가 사망할 경우 배우자가 계속 연금을 받을 수도 있다. 농지연금을 신청한 후에도 농사를 짓거나 임대할 수 있다. 그리고 연금채무 상환시 담보 농지 처분으로 상환하고 남으면 상속인에게 돌려주고 부족하더라도 더 이상 청구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전체 농가 중 농지연금 가입 비율은 2014년 기준으로 0.35%에 불과하다. 많은 농업인들이 이 제도를 잘 모르거나 알더라도 자녀들에게 상속하고 싶은 욕구와 물려받은 땅은 팔면 안 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2011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후 그동안 시행하면서 나타난 문제점들도 개선됐다. 가입연령이 농지 소유자만 만 65세 이상으로 완화됐고 담보농지 평가 방법도 공시지가 또는 감정평가 중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담보농지 가격의 2% 수준인 가입비가 폐지되고 대출이자율도 인하됐다. 농지연금이 고령 농업인에게 새로운 기회와 희망이 되기를 기대한다.
안상준 농협창녕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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