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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섬 공급 과잉에 선제 구조조정…휴비스 "알짜기업으로 확 바꿨죠"

구조조정 시기에 주목받는 휴비스 전주공장 가보니

2000년 SK케미칼-삼양사 지분 50대 50으로 자발적 합작

LMF→위생재 원사→아라미드로 주력 제품 혁신 지속

매년 수백억원대 영업이익에 인위적 인력감축도 없어

휴비스 전주공장 직원들이 올초 청결 시스템을 새롭게 적용한 고급 위생재용 원사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휴비스




“1984년 당시 최종현 선경(SK전신)그룹 회장께서는 ‘화학섬유 산업의 허니문 기간은 끝났다’고 말씀하셨어요. 이미 그때부터 화섬업계의 선제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직감하셨던 것 같습니다.”

지난 24일 방문한 휴비스 전주공장을 소개하던 윤필만 공장장(상무)은 이렇게 회상했다.

화학섬유를 생산하는 휴비스는 2000년 SK케미칼과 삼양사가 각각 화섬 부문을 떼어내 50대50의 지분율로 합작한 기업이다. 1990년대 화섬 산업이 공급과잉 위기에 시달리자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과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이 주도한 업계 재편의 일환이었다.

그리고 15년 넘게 흐른 지금 휴비스는 범용 폴리에스터에서 슈퍼섬유 아라미드까지 끊임없이 주력 사업을 혁신하며 꾸준히 이익을 내는 알짜 기업으로서 위상을 지키고 있다.

1969년 세워진 휴비스 전주공장(옛 삼양사 전주공장)은 휴비스의 최대 생산기지이지만 그간 외부 치장을 거의 하지 않아 언뜻 보기에는 구식 공장처럼 보인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서자 최신 반도체 공장을 방불케 하는 클린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휴비스가 미래 먹거리로 꼽은 고급 위생재용 원사를 생산하는 라인이다. 백승효 휴비스 단섬유 생산팀장은 “위생재 원사는 신흥국의 경제 성장과 선진국의 고령화 추세 속에 성인·유아용 기저귀 등의 원료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최고급 원사를 공급하기 위해 라인마다 수억원을 들여 올 상반기까지 새로운 청결화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장의 외부는 설립 당시와 다르지 않지만 휴비스의 내부는 이처럼 지속적인 변신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세계 화섬 업황에 맞게 주력 사업을 끊임없이 바꿔나갔기 때문이다. 초창기 범용 폴리에스터 제품을 주로 만들던 휴비스는 중국·대만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시달리자 자동차에 많이 쓰이는 저융점 접착용 섬유(LMF)의 대량 생산을 세계 최초로 시작하며 LMF 점유율 1위를 질주했다. 다시 LMF 분야의 공급과잉이 심화하면서 이제는 위생재 원사, 아라미드의 양산을 늘리며 미래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휴비스는 내년 초까지 전주공장에서 생산하는 화학섬유 45만톤 가운데 위생재용 원사 생산량을 현재보다 60% 넘게 증가한 5만톤으로 늘릴 계획이다. 총알보다 강한 슈퍼섬유로 각광받는 아라미드도 현재 1,500톤을 생산하고 있으며 설비 증설 시기를 엿보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소방관들이 입는 특수방화복 3만벌에 대해 자체 개발한 아라미드 원사를 원자재로 납품하는 데 성공했다. 윤 공장장은 “발주처가 기존 공급자인 해외 업체 대신 휴비스의 아라미드를 택한 것은 매우 상징적인 사례”라며 “앞으로 군복·특수경찰복 같은 다양한 안전복 시장은 물론 해외 아라미드 시장까지 적극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섬업계에서는 휴비스가 이처럼 안정적 모습을 이어갈 수 있었던 배경으로 SK케미칼과 삼양사 두 기업의 자발적 구조조정을 꼽고 있다. 공급과잉을 해소하며 차별화 제품을 만든다는 뚜렷한 목표의식을 세우고 합작을 추진한 덕분에 휴비스가 업계의 부침 속에서도 꾸준한 흑자를 내왔다는 얘기다.

실제로 휴비스는 2004년 이래 한 해(2006년)만 제외하고 1조원이 넘는 매출액을 유지하고 있으며 거의 매년 수백억원의 영업이익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합작 이전 수백억원씩 적자를 냈던 SK케미칼·삼양사 화섬 부문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인위적인 인력감축 없이 임직원 숫자도 1,000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으며 평균 근속기간도 지난해 기준 18.6년에 이른다.

휴비스 역시 전 세계 시장의 장기 침체 등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2011년 1조6,692억원을 기록했던 매출액은 판매 감소로 지난해 1조2,051억원까지 줄었다. 기존 생산인력을 대체할 젊은 피를 수혈하는 문제도 고민거리다. 김종수 휴비스 전주공장 경영지원팀장(상무보)은 “현재 인력 구조가 40~50대 후반에 집중된 상황”이라며 “숙련인력이 한꺼번에 줄어 생산성에 타격을 주지 않도록 지역 사회와 다양한 인력 수급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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