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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라이프에 안방·핑안까지…中자본 판치는 ING생명 인수전

中측 인수 의지 강력…"이번에도 승리 가능성"

토종자본으론 유일하게 교보생명만 재도전장

자본력 밀리지만 '교보주주 컨소시엄' 땐 승산

지난 10년간 한국 보험사들의 영업 노하우 등을 벤치마킹했던 중국 보험사들이 자본력을 앞세워 국내 보험사 인수전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지난 2012년 5월 교보생명을 방문한 차이나라이프 직원 연수단이 교보생명 직원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제공=교보생명




총자산 29조원, 국내 5위 생명보험사인 ING생명 인수전에 중국 최대 보험사인 차이나라이프(중국인수보험공사)가 참여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안방보험과 핑안그룹도 곧 인수의향서(LOI)를 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보험 인수합병(M&A) 시장이 중국 자본의 격전장이 되고 있는 셈이다. 중국 기업들의 인수 의지가 강해 보이는 가운데 토종 자본으로 ING생명 인수에 두 번째 도전하는 교보생명이 어떤 승부수를 띄울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26일 IB·보험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가 주간사인 모건스탠리를 통해 실시한 예비입찰에 제일 먼저 LOI를 낸 곳은 차이나라이프와 교보생명이다. 차이나라이프는 그간 ING생명 인수 유력 후보로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수년간 한국을 정기적으로 방문, 국내 보험사들의 경영·영업 노하우 등을 배워가는 등 한국 시장을 계속 주시해온 기업이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동양·알리안츠 때문에 안방보험만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중국 현지 생보 시장에서는 안방보험이 차이나라이프와 상대가 안 된다”며 “차이나라이프의 자본력만 놓고 보면 경쟁할 만한 국내 기업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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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차이나라이프는 중국 1위 보험사로 시장 가치로 따지면 AIG그룹에 이어 글로벌 2위다. 총자산 규모는 440조원, 지난해 매출액과 순이익은 각각 92조원, 6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7%, 7.7% 증가했는데 무엇보다 신규 가입 보험료 수입이 전체 보험료 수입의 44.2%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세가 높다. 다만 중국 현지시장에서 핑안·차이나퍼시픽 등 경쟁자들의 시장점유율 잠식이 계속되고 투자수익률도 약화 추세여서 수익원 다각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 보험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 역시 이 같은 필요에 의한 것으로 시장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또 차이나라이프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부동산 매물 사냥에 나서는 등 올 들어 해외 수익원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차이나라이프는 수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보험사들의 영업 노하우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임직원들이 단체 연수를 왔던 곳”이라며 “이런 중국 보험사들이 이제는 국내 보험사를 인수하며 시장을 접수하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차이나라이프에 이어 한국 시장에 이미 깃발을 두 차례 꽂은 안방보험과 또 다른 중국의 대형 금융기업인 핑안그룹, 그 외 다른 중국계 자본도 ING생명 예비입찰 참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은 자본력도 장점이지만 투자나 경영계획도 꼼꼼하고 매력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그런 점 때문에 알리안츠생명 매각 때도 본입찰 당시 가격은 IBK투자증권 사모펀드가 가장 높이 써냈으나 결국 안방보험에 돌아갔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기업 중 생보업계 3위 교보생명(총자산 86조)이 일단 유일하게 도전장을 던졌다. 교보가 ING생명을 합병할 경우 만년 3위 탈피는 물론 대졸 남성 설계사 조직 확보, 보장성 상품 부문의 역량 제고, 고소득층 고객 확보 등도 꾀할 수 있다.

하지만 교보생명은 과거 ING생명, 우리은행, 인터넷전문은행 참여 등의 과정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투자성향 자체가 공격적이기보다는 신중한 편인데다 보험업법상 투자할 수 있는 최대 여력도 1조6,000억원 정도에 불과해 단독 인수는 사실상 힘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교보생명의 주요 주주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뛰어든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교보생명의 지분은 현재 신창재 회장 일가(39.44%), 온타리오교원연금(OTPP·9.93%), 커세어캐피탈(9.79%), 어피니티(9.05%), 베어링(5.23%) 등으로 구성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2대 주주인 OTPP만 해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연기금으로 ‘실탄’이 굉장히 풍부하다”며 “게다가 교보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문제가 전혀 없고 아무래도 국내 기업에 당국이 더 우호적일 수 있는 만큼 교보의 행보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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