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는 지난해 전 세계 시장에서 65만2,000대를 판매하며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신흥국 경제 불안 등으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뒷걸음질쳤지만 렉서스만은 지난해 전년 대비 12.5%의 판매 증가세를 기록하면서 선전했다.
이러한 렉서스에도 고민은 있다. 바로 “일본 차는 재미가 없다”는 편견이다. 성능·디자인·연비 등 모든 면에서 합격점을 줄 수 있는 ‘모범생’이지만 심장을 뛰게 하는 짜릿한 ‘한방’에서는 언제나 아쉬움이 남았다.
지난 2009년 도쿄모터쇼를 통해 처음으로 선보인 렉서스의 F 브랜드는 이 같은 숙제에 대한 도요타의 묵직한 해답이다. 렉서스를 모는 고객이 지루한 편안함 대신 ‘와쿠도키(두근거림을 뜻하는 일본어)’를 느끼도록 하겠다는 게 렉서스 F의 목표다.
렉서스 F의 탄생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요다 아키오 사장은 당시 “기존 렉서스의 가치를 뒤엎자”며 비밀리에 F 시리즈 개발을 지시했고 이어 시제품 생산을 거쳐 2009년 F 브랜드를 단 최초의 차량인 ‘LFA’가 공개됐다. 도요다 사장의 운전 스승이자 도요타의 마스터 테스트 드라이버인 나루세 히로무가 LFA 테스트 과정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500대 한정판으로 출시된 LFA는 결과적으로 렉서스의 변신을 이끌었다. 자동차의 뼈대에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을 적용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알루미늄 대신 CFRP를 적극 도입하면서 LFA의 무게는 100㎏ 감소했다. 몸이 가벼운 스프린터가 더 빠른 속도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렉서스 F의 강인한 본능은 지난해 국내에 출시된 레이싱 쿠페인 ‘RC F’와 ‘RC 350 F 스포츠’로 고스란히 이어져 구현되고 있다. 주행 성능은 슈퍼카와 맞먹는 수준으로 설계됐다. RC F는 5.0ℓ V8 자연흡기 엔진을 장착해 최고출력 473마력, 최대토크 53.7㎏·m의 강력한 퍼포먼스를 구현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 시간(제로백)은 4.5초에 불과하다. 또한 8단 SPDS 변속기를 탑재해 연비감소 효과까지 달성했다. 여기에 더해 브레이크 제어방식이 아닌 좌우로 토크를 분배하는 기술(TVD)이 적용돼 언더스티어 없이 재빠른 코너링이 가능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차체에 탄소섬유 소재의 카본 패키지(카본 후드, 카본 루프, 카본 액티브 리어윙)를 적용해 총 9.5㎏의 중량 감소를 실현시키는 동시에 차체 전반에 걸쳐 냉각 성능과 공기역학적 효율을 달성하기 위한 디자인적 요소를 곳곳에 반영했다.
인테리어 측면에서도 젊은 감성을 잡기 위한 노력이 눈에 띈다. F 전용 미터계와 카본 트림, 알루미늄 페달, F 전용 스포츠 시트 등으로 고객이 ‘F 감성’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렉서스코리아 관계자는 “RC F는 드라이빙의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뛰어난 주행 성능과 감성을 자극하는 매혹적인 디자인을 양립시킨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쿠페”라며 “앞으로 ‘F 마니아 계층’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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