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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세 수입이 당초 계획보다 2조2,000억원 더 걷힌 것으로 집계됐다. 세수가 예산보다 적게 걷히는 세수 펑크도 2011년 이후 4년 만에 벗어났다. 부동산 거래 증가에 따른 양도세 수입 증가, 기업의 비과세 감면, 담뱃세 인상 효과가 컸다.
올해는 연초부터 경기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앞으로 전망도 불투명해 세수 전망을 낙관할 수 없다. 기업 활동은 위축됐고 개인들은 지갑을 닫았다. 부동산과 주식시장도 좋지 않다. 우리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는 가운데 나라 곳간만 흑자로 돌아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2015 회계연도' 총세입부와 총세출부를 마감하고 세입·세출 실적을 확정했다.
지난해 국세 수입은 217조9,000억원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당시 전망치인 215조7,000억원보다 2조2,000억원을 초과했다. 2014년 205조5,000억원보다는 12조4,000억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2012년 2조8,000억원, 2013년 8조5,000억원, 2014년 10조9,000억원을 기록한 세수 결손에서 4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 전환했다.
정부가 재정에서 쓰고 남은 돈인 세계(歲計)잉여금도 2조8,000억원으로 4년 만에 적자에서 벗어났다. 세계잉여금은 총세입에서 당해연도에 쓰고 남은 자금을 말한다. 세계잉여금이 흑자라는 것은 예상보다 세금이 더 잘 걷혔다는 의미로 다음해에 넘겨줄 돈도 플러스라는 얘기다. 세계잉여금이 흑자로 돌아섬에 따라 올해 세수에도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겼다.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교부세 정산, 공적자금 출연상환, 채무 상환 등에 사용하게 된다.
유 경제부총리는 "지난해 우리 경제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가뭄 등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재정 조기 집행, 비과세·감면 정비 등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추진한 결과 국세수입이 증가해 4년 만에 세입예산을 초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4년 만에 세수 결손에서 벗어난 것은 일부 세수가 예상보다 잘 걷혔기 때문이지만 추경 편성의 영향도 컸다. 정부는 당초 국세 수입 전망을 221조1,000억원으로 내놓았다가 지난해 추경 편성 때 세입 경정을 통해 5조4,000억원 줄였다. 추경 편성이 없었다면 세수 결손이 불가피했다는 얘기다.
확장적 재정정책에도 불구하고 예산에서 쓰지 못하고 남은 예산 불용액은 10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세입 부족분이 줄면서 2014년보다는 6조7,000억원이 줄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수 결손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용만 기재부 재정관리국장은 "올해 세수 추계를 보수적으로 잡은 만큼 세수 결손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양도소득세 실적도 부동산 거래 감소에 대비해 2조원 이상 보수적으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 세수 전망이 낙관적이지는 않다. 무엇보다 앞으로 경기 전망이 밝지 않다. 연초부터 수출 쇼크에다 소비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서둘러 1·4분기 경기 보완책을 내놓을 정도다. 유 부총리는 "연초부터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은 예상보다 악화되고 있으며 불확실성도 심화되고 있다"며 "대내외 상황에 대응해 리스크 관리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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