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아파트 집단대출(중도금 대출) 부실 검사에 나선 이유는 최근 분양 시장 열기가 과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인위적인 분양 시장 개입으로 인해 여윳돈이 많지 않은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일 건설업계와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당국이 주요 은행들을 대상으로 아파트 중도금 등 집단 대출 심사를 강화하도록 지시한 데 이어 은행들이 이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집단대출에 대한 여신심사 적격성 검사에 들어갔다.
금융당국이 아파트 집단대출을 옥죄는 이유는 올해 들어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면서 건설사들이 분양 물량을 과도하게 쏟아내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부동산114에 따르면 10월 말까지 분양된 아파트는 총 38만 6,000가구이며, 올해 안에 총 50만 2,000여 가구가 공급돼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분양가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0월 전국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1,224만원으로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올 들어 분양가가 가장 높았던 지난 8월(3.3㎡당 1,015만원) 보다 20.6%나 높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향후 입주 시기에 아파트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입주 시기 아파트 가격이 크게 하락할 경우 중도금 및 잔금 대출이 연체되는 등 가계부채의 뇌관이 될 수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아파트 집단대출 연체율 등을 봤을 때 지금 당장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며 "아파트 집단대출이 지금 현재는 기업 대출의 성격이지만 결국 가계 대출로 전환되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로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인위적인 공급 조정이 오히려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팀장은 "건설사들이 이미 자체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들어간 상황"이라며 "인위적인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해 1금융권에서 돈을 빌리지 못한 소비자들이 2금융권으로 옮겨 가게 되면 소비자들이 부담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창우 도우아이앤디 대표도 "중도금 이자 후불제나 무이자가 어려워지면 서민들이 목돈을 가지고 집을 사야 하는데 현재 분양 시장의 실수요자인 30~40대 젊은층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며 "이는 결국 분양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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