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 안전 시대를 열어가는 자동차부품업계의 스마트 컴퍼니가 되겠습니다."
9일 경기도 의왕시 아이탑스오토모티브 본사에서 만난 김구현(38·사진) 대표는 창업 4년차 벤처기업이지만 '안전'이라는 사회적 화두를 자동차 업계에서 선도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이탑스오토모티브는 보행자가 차량과 충돌 시 광섬유 센서로 감지해 자동차 앞면의 후드를 상승시켜 보행자의 머리에 가해질 충격을 완화하는 '액티브 후드 리프트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현대자동차 사내벤처로 출발한 이 회사는 현대자동차와 1차 협력사인 평화정공의 투자를 받은 이후 2013년부터 싼타페 등에 본격 적용하며 보행자 안전 시스템의 국산화를 선도하고 있다.
김 대표는 "그동안 자동차업계가 안전벨트와 에어백, 차체 강화 등 운전자 보호를 위해 힘써온 결과 소비자 입장에서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술의 상향 평준화에 도달했다"며 "반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10명중 4명은 보행자임에도 정작 자동차 제조회사나 사용자 모두 보행자 안전을 위한 기술 개발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교통사고율이 가장 높고 사고 대비 사망률도 높은 실정이지만 해외 글로벌 브랜드 경쟁사에 비해 늦게 관심을 기울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벤츠와 BMW 등의 글로벌 브랜드는 협력사를 통해 10년 전부터 관련 기술 도입을 의무화하며 보행자 보호 시스템 운영을 선도해왔다"며 "그동안 국내 제조사들은 해외 부품업체에서 관련 기술을 수입해왔지만 아이탑스오토모티브 덕에 국산화가 가능해지며 과거보다 가격은 30% 이상 저렴하면서도 성능은 더 뛰어난 부품을 장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보행자의 충돌을 인지하기 위해 직접 개발한 센서는 기존 제품 대비 10배 이상 빠른 데이터 처리 속도 등 남다른 기술력을 자랑하며 매출 급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지난해 약 75억원의 매출을 거둔 이 회사는 설립 4년차인 올해에는 2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며 앞으로 5년 내에 1,000억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회사가 자리 잡는 데는 어려움도 적지 않다. 특히 카이스트 대학원을 졸업한 뒤 연구원 생활을 했던 김 대표가 피라미드처럼 촘촘하게 공급망이 구성된 시장을 신규 아이템으로 뚫고 들어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엔지니어 출신이다 보니 초창기 가장 중요했던 영업을 비롯해 기본적인 재무나 회계 관리 등에서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다"며 "다행히 공동 창업자 간의 역할 분담이 잘 이뤄지고 사내 벤처로 시작한 배경 때문에 대규모 투자도 받아서 상대적으로 쉽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기술보증기금의 도움도 컸다. 그는 "지난해에 차종이 급격하게 확대되며 재고 확보를 위해 대규모 자금이 필요했는데 업력이 짧고 담보도 마땅히 없어서 일반 금융권 대출이 쉽지 않았다"며 "마침 기술보증기금이 우리 회사의 기술력과 가능성을 인정해주고 보증서를 발급해주며 한숨 돌릴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의왕=박진용기자 yong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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