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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위기설을 잠재운 것은 정부가 안간힘을 써 되살려놓은 소비 불씨였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이어 코리아 그랜드세일, 임시공휴일 지정 등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늪'에 빠진 우리 경제를 건져내기 위해 가능한 정책을 총동원했고 결과적으로 냉랭한 내수에 온기를 불어넣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미국발 금리인상과 중국 경기둔화 등 해외발 대형악재 앞에서 소비 회복세는 미약하기 짝이 없는 수준이다. 수출이 9개월 연속 뒷걸음질치고 있는 상태에서 내수만으로 경기회복의 모멘텀을 만들기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8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내수지표는 소비를 중심으로 살아나고 있다. 정부가 광복절 전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고 코리아 그랜드세일을 조기에 시행하는 등 각종 정책이 효과를 발휘한 덕분이다.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는 지난 7월에 이어 2개월 연속 늘면서 1.9%의 증가율을 보였고 의복을 포함한 준내구재(4.4%), 가전제품 등 내구재(2.8%), 화장품 등 비내구재(0.3%) 전 부문에서 판매량이 뛰었다.
내수회복의 조짐은 최근 정부가 배포한 '9월 내수 동향' 보고서에서도 나타난다. 추석 성수품과 선물용품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추석 2주 전인 지난달 7일부터 20일 동안 백화점 매출액은 전년보다 무려 16.3% 늘었다. 8월27일부터 시행된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로 자동차 판매량도 전년보다 34.0%나 증가하는 등 소비회복을 가리키는 지표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날 한국투자증권이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국내 유통 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할인행사인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10월1~14일)'가 성공을 거둘 경우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소비 효과로 국내총생산(GDP) 기준 성장률이 0.2%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소비 훈풍은 곧바로 생산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8월 전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5% 늘었다. 6월 이후 3개월 연속 증가세가 이어졌다. 제조업 경기의 실상을 나타내는 광공업생산도 부진에서 벗어나 반등했다. 광공업생산은 반도체(11.6%), 통신·방송장비(31.1%) 등의 생산증가에 힘입어 전월보다 0.4% 증가했다.
그러나 생산·소비와 달리 설비투자는 3개월 만에 다시 고개를 떨궜다. 6월부터 2개월 연속 상승했던 설비투자는 기계류(-1.2%) 투자가 줄면서 전월 대비 0.4% 감소했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수출이 9개월 연속 뒷걸음질치고 있는 영향으로 기업들이 설비투자 확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출감소는 재고도 3개월째 늘리고 있다. 8월 제조업 재고율은 한 달 전보다 0.1% 증가했고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0.4%포인트 하락한 74.3%를 나타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수출이 예상보다 안 좋은데 그나마 생산 자체를 줄이지 않고 재고로 쌓는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말까지 내수 회복세가 이어지겠지만 수출감소 효과를 상쇄할 만큼 경기개선 흐름이 공고하지는 못할 것으로 봤다. 주거비·노후생계비 등 소비를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 때문이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들어 민간소비 관련 지표 부진이 점차 완화되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민간소비 부진의 근본적 원인인 평균 소비성향 하락과 소득 증가세 정체 등의 구조적인 문제가 걸림돌"이라며 "올해 말까지는 추경·금리인하 등 정부 정책이 내수 회복세를 견인할 수 있겠지만 수출이 안 되는 상황에서 내수만으로 경기회복을 이끌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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