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은 사회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은 물론 시사적인 내용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요. 결코 유아나 아동을 위한 매체에 국한되지는 않아요. 인종차별, 성차별, 외모차별 등 사회적인 이슈를 애니메이션이 어떻게 풀어내고 있는지 한번 같이 볼까요?”
20일 동대문구에 위치한 대광중학교에서는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 강좌 ‘세상을 움직이는 상상력, 애니메이션’ 제 3강이 열렸다.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과 본지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운영하고 KT가 후원하는 청소년과 시민들을 위한 고전인문 아카데미로 올해 3회째다.
이날 강의를 맡은 조미라(사진) 중앙대 연구교수는 ‘애니메이션이 바라보는 세상’이라는 주제로 2시간 동안 강의를 이어나갔다. 조 교수는 미셸 오슬로 감독의 그림자 애니메이션인 ‘프린스 앤 프린세스’를 통해 성 역할의 차이를 설명했다. 동화 ‘개구리 왕자’에서 모티브를 따온 이 작품은 결혼을 약속한 왕자와 공주가 키스로 사랑을 확인하려하지만, 키스를 할 때마다 각종 동물로 모습이 바뀌며 서로 당황해 한다. 두 사람은 원래 모습으로 돌아올 때까지 키스를 반복하지만 왕자는 공주가 되고 공주는 왕자의 모습으로 바뀐 채 끝나게 된다. 두 사람은 인간의 모습으로 바뀐 상태로 다시 궁궐로 돌아갈 수 있겠다고 합의를 하지만 왕자는 여자의 모습으로는 살 수 없다고 탄식하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조 교수는 “첫 장면에서 두 사람은 달콤한 사랑의 맹세로 서로에게 다가서지만 겉모습이 변하자 사랑을 맹세했던 첫 마음은 잊은 채 서로 외면하고 만다”면서 “여자를 남자로, 남자를 여자로 바꾼 감독은 대립되는 상황에 처하면 서로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자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이어 ‘키리쿠와 마녀’라는 작품을 소개하면서 학생들에게 악이란 원래부터 악한 마음에서 출발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졌다. 조 교수는 “나는 왜 아빠가 없나 라는 화두를 들고 집을 나선 꼬마 키리쿠가 마을 사람이 모두 무서워하는 마녀를 찾아가는데, 알고 보니 마을 사람들이 마녀의 등에 가시를 꽂은 후 재앙이 시작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서 “등 뒤에 가시를 꽂은 마을 사람들에게 나쁜 짓을 하는 마녀는 처음부터 악하지 않았다는 게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악한 마음을 갖는다는 사실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나서서 해결하고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들을 구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애니메이션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라고 덧붙였다. 이날 강의는 동대문도서관의 협력으로 자유학기제를 시범적으로 하고 있는 대광중 1학년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한편, 올해 3회째인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21곳과 서울시 중고등학교 30여 곳에서 12월까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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