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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한 해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로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면 올해는 메르스 사태로 소비자 불안이 확산됐다. 연일 확진자가 증가하고 사망자 속보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생존'에 촉각을 곤두세운 소비자들은 기업의 어떤 마케팅에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자연스레 광고시장도 급속히 냉각됐다.
2년 연속 터진 대형 참사는 기업과 소비자에게 더욱 큰 상처를 남겼다. 두 사건 모두 상반기에 일어나면서 한 해 성장동력을 완전히 가로막았다. 기업들은 사회 분위기를 보며 광고와 마케팅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고 국민들은 지갑과 마음을 완전히 닫았다. 이는 곧 내수 경기 둔화와 경기 침체를 가져왔고 여전히 그 여진이 남아 있다.
또 한편으로는 변화의 시기이기도 했다. 메르스 사태를 맞아 품절 대란을 야기한 '마스크 및 손 소독제' 사례를 보면 '개인화 된 가치'가 더욱 확산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위험 상황에서 정부에 의지하기보다는 개인 차원에서 위기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여줬다. 이는 셀카봉과 1인 미디어인 SNS가 폭발적으로 인기를 끈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소비자의 주체성이 강조되며 더욱 더 개성이 존중 받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와 변화의 물결 속에서 올해 기업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된 국민에게 따뜻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한편, 다양화된 소비 주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는데 힘썼다. 국민의 미래 행복을 준비하는 전문가로서 일관된 모습으로 어려운 시기를 함께 극복하기 위한 지원자 역할도 자임하고 나섰다. 그러면서도 SNS 물결 속에서 진정한 교류·사회적 기업의 책임 등 인간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시도도 병행했다.
특히 서울경제신문이 주최한 2015 서울경제 광고대상 수상작들에서는 팍팍한 환경에서 국민의 슬픔을 어루만지고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또한 혁신, 융합, 상생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의 핵심 가치로 내세워 바람직한 기업가 정신을 적절히 표현했다. 기업PR 대상을 차지한 SK(주)의 '사회적기업, 행복을 나누는 SK의 새로운 생각입니다' 캠페인은 아직 낯설고 상대적으로 어려운 '사회적기업'의 개념을 대중에게 보다 쉽고 친근하게 전달하는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며 정부가 일일이 대응하지 못하는 문제들을 기업이 나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격려와 희망의 메시지를 담았다는 평이다.
크리에이티브 대상을 받은 SK텔레콤의 '연결의 무전여행' 캠페인은 SNS 봇물 속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정한 연결'을 되새기고 그것을 대중과 공유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여행에 필요한 경비나 이동수단 없이 오로지 사람들과의 진심어린 연결만으로 어디까지, 얼마나 오래 여행할 수 있을지 실험해본 것이다.
기업PR 최우수상에 뽑힌 두산그룹의 '사람이 미래다' 캠페인 열 세번째 이야기 '있는 그대로'는 본연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며 취업난에 힘들어하는 젊은이들에게 좀 더 자신의 모습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려했다.
마찬가지로 기업PR 최우수상에 선정된 LS전선의 '선 하나로 세상 곳곳을 밝힙니다'는 세상 곳곳에 정보와 에너지를 전달해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 역할을 강조했고, 한국투자증권 '깊이가 다른 금융은'의 경우 언제나 고객을 우선하고, 더 나은 금융을 선도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노력을 표현해 호평을 받았다.
/신희철기자 hcsh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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