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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 적대 M&A' 업계 초긴장

적대적인 기업인수합병(M&A)이 활성화되면서 기존 대주주와 새로운 대주주연합간의 경영권 방어가 본격화하고 있다. 조광페인트에 대한 개인주주연합측이 '007작전'을 연상하게 하는 치밀하고 전격적인 적대적 M&A를 추진하자 상장ㆍ등록기업들이 아연 긴장하고 있다.경영권 분쟁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조광페인트건처럼 소액주주들이 평소 불만을 갖고 있는 회사에 대해 경영권을 직접 접수하겠다고 나선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날로 높아져가는 소액주주의 권리의식에 힘입어 소액주주운동이 크게 활발해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정부가 M&A 등을 활성화해 항시적인 구조조정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방침을 정해놓고 있어 M&A 바람이 거세게 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적대적 M&A 등 경영권 분쟁은 방만한 경영을 일삼고 경영권 세습이 만연하고 있는 우리 업계에 경종을 울리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경영효율화를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적대적 M&A가 활성화될수록 구조조정도 한층 속도를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증시 부양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경영권 방어 때문에 경영진측이 물량확보에 나서 그만큼 유통물량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경영권 방어에 온 신경을 빼앗겨 경영에 힘을 쏟지 못하거나 기업이미지가 추락하는 부작용도 있다. LG증권 M&A팀 고재철 과장은 "적대적 M&A 등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면 지분확보 때문에 무리하게 차입에 나서다 기업이 도산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돈만 노린 경영권 분쟁은 오히려 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 주주연합대 조광페인트 공방 가열=개인주주연합의 적대적 M&A 작업은 마치 첩보전을 연상시킬 정도로 전격적이고 은밀하게 추진됐다. 심종섭 씨 등 20명 주주연합은 지난 3월5일 조용히 굿모닝증권 M&A부와 대리 및 용역계약을 맺었다. 계약내용은 '조광페인트 경영권 인수와 제3자 매각'이다. 이틀 뒤 지난 7일 이들은 금융감독원에 34.17% 공동지분보유 신고서를 제출하고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신고했다. 또 조광페인트측에 경영권을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불과 주총을 열흘 앞둔 상황이었다. 이에 양성민조광페인트 사장측은 이들이 작전세력이라며 금감원에 진정서를 냈다. 그리고 16일 주총을 30일로 연기해버렸다. 그러나 주주연합측은 15일 밤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가 조광페인트 본사 정문 앞에서 단독 주주총회를 강행했다. 주주연합측 42명이 참석한 이 주총에 대해 주주연합측은 총 75명 47.3%의 지분을 확보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증변호사까지 불러 주총 결의사항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에 대해 조광페인트측은 한마디로 주주총회는 무효라는 입장이다. 이미 주총 연기를 공시했는데 무슨 주총이냐는 것이다. 이 싸움은 이제 시작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승리의 월계관을 누가 쓰게 될지 아직 예단하기 어렵지만 외견상 주주연합측이 일단 기선을 제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적대적 M&A에는 워낙 변수가 많아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계속 지켜볼 일이다. ◇기업들 경영권방어 비상=대표적인 굴뚝기업인 조광페인트가 적대적 M&A의 표적이 됐다는 점에서 업계는 이 사건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코스닥등록기업 가운데 주로 정보통신(IT)ㆍ인터넷기업들에게서나 생길 수 있는 M&A가 굴뚝기업에도 언제든 지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집안단속에 손을 걷어부칠 태세다. 한 상장사 임원은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지분이 얼만지 따져보라는 지시를 했다"며 "필요하면 지분을 늘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걱정했다. ◇ 적대적 M&A '약도 되고 독도 된다'=적대적 M&A 등 경영권 분쟁은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 우선 적대적 M&A는 기업인수를 통해 부실경영을 하는 경영진을 교체하고 새롭게 기업을 꾸려갈 수 있어 경영효율화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또 언제든지 기업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험 때문에 현 경영진들은 더욱 경영에 힘쓰게 되는 '채찍효과'도 갖게 된다. 실제로 M&A가 발달한 미국에서는 적대적 M&A가 자주 발생한다. 자연스레 구조조정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동부그룹의 한농, 신원그룹의 제일물산, 사보이호텔의 신성무역 인수 등 여러 건의 적대적 M&A가 있었으나 아직은 미미한 상황이다. 최근 벽산을 놓고 인수경쟁이 붙기도 했으나 무위에 그친 바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경영권분쟁은 기업가가 안정적인 경영을 하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지분경쟁을 하거나 공개매수를 하게 되면 공격자나 방어자측 모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게 되고 이 때문에 멀쩡한 기업이 유동성위기에 빠질 수 있다. 또 적대적 M&A가 구조조정(리스트럭처링)이 아닌 단순히 돈만을 노리고 경영진을 협박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아울러 경영권 분쟁에 대해 아직은 곱지않은 시각을 갖고 있는 여론 때문에 기업이미지가 크게 나빠지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이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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