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83이 놓이자 좌상귀의 흑진이 멋지게 완성되었다. 무려 35집에 달하는 소담한 실리. 안조영은 이 수를 두면서 승리를 확신했다고 한다. 한편 이세돌도 뭔가 특단의 작전이 필요하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 위기감이 공연한 과수를 부르게 된다. 백92로 쳐들어간 이 수. 바둑텔레비전에서 생중계를 하고 있던 김성룡이 특유의 큰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으악, 이런 야만적인 침략이 있나. 완전히 하수 다루는 방식이군요.”(김성룡) “꼭 그렇지도 않아요. 족보에 있는 수잖아요.”(송태곤) “살기는 살 거야.”(양재호) 백94는 백92를 둘 때부터 읽어둔 침입이다. 백96으로 참고도1의 백1에 뻗으면 좌하귀의 백은 살 수가 있다. 백3 이하 13의 수순으로 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흑14로 하변이 흑의 세력권으로 변하게 되므로 백의 패색만 짙어질 뿐이다. “이세돌이 뭔가 착각을 한 모양입니다.”(김성룡) 김성룡이 만들어낸 그림이 참고도2였다. 실전보의 백98로 백1에 단수치고 백3 이하 11로(흑4와 흑10은 이음) 아예 흑 3점을 잡는 그림. 하지만 이것은 공상에 가까운 가상도일 뿐이다. 흑은 4로 3의 위에 결코 이어주지 않는다. 6의 자리에 단수치고 넘어가서 아무 수도 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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