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ㆍ가스요금에 이어 택시ㆍ버스요금까지 인상 대열에 합류하면서 가뜩이나 팍팍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더욱 쪼들릴 것으로 보인다. 이들 공공요금은 소비를 줄이는 것이 쉽지 않은 필수 영역인데다 다른 공공요금이나 일반물가를 자극해 인플레이션을 가속함으로써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교통요금 도미노 인상=20일 중앙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현재 일부 지자체가 추진하고 있는 택시ㆍ버스 등 교통요금 인상이 조만간 전지자체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세가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상태이기에 상당수 지자체가 택시요금 인상을 이미 추진하고 있으며 외부에 알리지 않고 버스요금 인상 방안을 검토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지자체들은 택시ㆍ버스요금에 20~35%의 인상 요인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자체들이 대개 2년에 한번씩 교통요금을 인상하는데 올해가 2년째 되는 해인 경우가 많아 최근 2년간의 유가 상승분이 적자로 쌓여 있다. 관련 업계가 적자를 떠안거나 해당 지자체가 적자를 메워주는 구조인데 유가 상승 속도가 워낙 가파르다 보니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요금을 현실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산시의 경우 버스회사에 지원하고 있는 적자 보전금액만 올해 36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산시의 한 관계자는 “중앙정부 방침대로 올해에도 동결하면 내년 초에 가격을 한꺼번에 현실화할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더 큰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ㆍ가스료 인상…물가 도화선=전기ㆍ가스요금 인상이 다른 공공요금 인상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정부는 우선 도시가스 도매요금을 오는 8월부터 3차례에 걸쳐 가정용은 총 30%, 산업용은 60%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도시가스 도매요금이 인상되면 지역 도시가스사는 해당 지자체의 승인을 거쳐 소매가격을 올리게 된다. 정부는 전기요금도 8월 중 약 5%에 이어 내년 하반기에 한차례 더 올리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전기요금은 산업용 위주로 인상할 예정이다. 전기ㆍ가스요금의 인상은 다른 공공요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지자체가 관할하는 지하철요금이 인상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지역난방비와 국ㆍ공립대학 등록금 인상 등 전방위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요금은 경제주체들이 필수적으로 이용하는 품목이라는 점에서 1차적인 물가상승 요인뿐만 아니라 2~3차 제품의 원가 변수로 작용하면서 광범위한 물가상승 압력을 줄 수 있다”며 “공공요금 관리 실패는 물가 급등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벌써 엇나가는 물가전망=공공요금의 도미노 인상이 시작됨에 따라 정부가 기존에 제시했던 물가전망도 엇나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7월 초 정부는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을 4.5% 내외로 내다봤다. 이는 한국은행의 전망치 4.8%와 비교하면 물가가 좀더 내려갔으면 하는 정부의 희망사항이 가미된 수치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물가에 관한 한 가장 공신력을 가지고 있는 한은의 전망치가 과연 실현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공공요금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전기료와 가스요금인데 일단 동결을 전제로 해서 올 하반기 물가전망을 냈다”며 “따라서 하반기에 공공요금이 오르면 실제 물가가 전망치보다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말대로라면 가스와 전기요금이 오르면서 한은의 물가전망 전제에 문제가 생기고 이에 따라 정부 물가전망치의 신빙성도 떨어지게 됐다. 실제로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5.5%로 정부의 연간 전망치인 4.5% 내외와는 상당한 격차가 있다. 소비자물가는 1~3월 3%대에서 머물다 4~5월 4%로 오르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김동수 기획재정부 차관은 최근 “그동안 원가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 요인 등이 수입물가 등에 반영될 예정이어서 유가가 안정돼도 당분간 물가는 더 오를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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