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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기자들은 10~15년 이상된 귀중한 질병 모델(disease model)을 왜 한국에 주냐는 질문을 합니다. 답변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8일 개소 1주년 기념식을 가진 한국파스퇴르연구소의 울프 네바스(40) 소장은 한국은 돈만 대고 실제 연구이득은 프랑스가 갖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질병 모델을 한국에 가져온 후에도 이를 치료제 개발에 적용하는 데는 수년이 걸린다”며 “수익은 한국연구소에 있고 오히려 프랑스의 혜택은 적다”고 말했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는 ‘시각적 기법’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질병이 특정 세포에 전염되는 과정을 규명함으로써 이를 세포 밖으로 축출, 인체의 면역체계 안에서 처리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적절한 시간과 장소에서 최적의 효과를 내는 신약개발도 가능해진다. 중점적인 연구대상은 전염성 질병인 백혈병ㆍHIBㆍ결핵 등이다. 다만 앞서 말한 대로 질병모델은 프랑스로부터 가져오며 국내에서는 첨단 이미징기법을 사용한 스크리링 과정을 담당하게 된다. 네바스 소장은 한국을 파트너로 택한 데 대해 한국의 높은 정보기술(IT) 수준을 들었다. 그는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의 생명공학(BT) 지식과 노하우와 함께 한국의 ITㆍ나노기술(NT)ㆍ화학기술을 합치면 시너지 효과가 나올 것”이라며 “파스퇴르연구소의 미래를 위한 전략을 한국과 함께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는 지난해 4월 서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구내에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지난 한해 내ㆍ외국인 각 16명의 연구원을 확보했으며 올해 중엔 총 60명으로 늘일 예정이다. 오는 2013년까지 우리 정부는 1억유로를 지원하고 파스퇴르연구소측은 4,600만유로를 자체 조달해 인력과 시설을 확충한다. 2008년까지는 경기도 판교에 5,000평의 부지를 확보, 이전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연구소 자문위원 자격으로 방한한 귄터 블로벨(69) 미국 록펠러대 교수도 네바스 소장과 마찬가지로 국내 생명공학계가 보다 신중해질 것을 당부, 눈길을 끌었다. 단백질 신호체계 등 세포 속 단백질의 역할을 규명, 99년 노벨의학상을 수상한 그는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연구는 핵 전이를 통해 질병치료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크다”면서도 “줄기세포를 통해 치료 가능한 신경세포 등을 만드는 데는 아주 많은 시간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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